전쟁은 오랫동안 인간의 판단과 명령, 그리고 책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거론된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은 이 익숙한 전제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번 작전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인공지능이 전장의 핵심 판단 체계에 얼마나 깊이 들어올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이 작전을 두고 사실상 첫 번째 ‘AI 주도 공습’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AI의 역할은 단순한 보조 수준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첩보 수집, 데이터 분석, 목표 선정, 작전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킬 체인(Kill Chain)’의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① 데이터 통합과 상황 가시화 – 팔란티어
팔란티어(Palantir)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은 위성 이미지, 드론 영상, 레이더 신호, 통신 감청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했습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정보를 실시간 대시보드로 시각화함으로써, 이란의 군사 움직임을 훨씬 빠르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② 전략적 판단과 시뮬레이션 –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이렇게 정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는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일종의 ‘전략 보조 두뇌’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언급됩니다. 적의 의도를 분석하고, 가능한 타격 시나리오를 비교하며, 어떤 목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판단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③ 성공 확률 예측과 지휘 지원
AI는 단순히 “무엇이 보인다”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마치 체스 코치처럼, 특정 공격 시점이나 방식에 대해 “현재 타격 시 성공 확률 87%”와 같은 형태의 권고안을 제시하며 인간 지휘관의 결정을 지원했습니다. 최종 승인 권한은 인간에게 있었지만, 실제 판단의 무게 중심이 AI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공지능이 군사 영역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위성 이미지 판독, 감시 체계,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에서 AI 기술은 이미 부분적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가 특별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상업용 대규모 언어 모델이 군사 작전의 추론 엔진이자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직접 연결되었다는 점이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즉, AI가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을 해석하고, 가능성을 비교하고, 행동 방향을 제안하는 단계까지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작전 중 정보량이 지나치게 커져 인간 지휘 체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이른바 ‘디지털 사일런스’ 상황에서, AI가 우다 루프(관찰-판단-결정-행동)의 일부를 사실상 대체했다는 해석은 현대전의 변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가 군사 작전에서 높은 효율을 보여줄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① 윤리적 가이드라인은 실제 전장에서 작동하는가?
클로드의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자사 모델이 자율 살상 무기 체계에 활용되는 것에 대해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군사 환경은 평시의 윤리 원칙만으로 통제되기 어렵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안전장치가 우회되거나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②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AI가 목표를 추천하고, 인간이 승인하는 구조라면 과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인간은 최종 승인자일뿐인지, 아니면 AI 판단을 검증해야 할 주체인지가 모호해집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책임의 경계를 흐리는 존재가 됩니다.
③ ‘기술 부채’는 전장에서 더 위험해진다
가트너 등에서 지적해 온 ‘맥락 침식(Context erosion)’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심각해집니다. 시스템이 설계될 당시의 윤리적 가정과 현실 전장의 맥락이 충돌하면, 예상하지 못한 판단 오류와 책임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은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의존하게 될 위험이 커집니다.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은 AI가 더 이상 전쟁의 주변 장치가 아니라, 전략과 판단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정밀함, 속도,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AI의 군사적 활용은 분명 강력한 이점을 지닙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두려운 질문이 남습니다.
전쟁의 결정을 인간이 내리는 시대는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AI가 전쟁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전쟁의 윤리적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는 못합니다. 결국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AI의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인간의 통제력과 성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