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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쇠소녀 Sep 08. 2024

사랑하는 나를 위한 여행

[문화여행 Ep.10] 선우예권 연주, 리스트의 편곡 슈만의 '헌정'

사진 출처 : http://kor.theasian.asia/archives/168701

클래식을 잘은 모르지만,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좋은 곡들은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놓고 듣는 편이다.

같은 곡을 어떤 가수가 부르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듯,

클래식의 경우도 같은 곡일지라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매우 달라진다.

피아노곡을 자주 듣는 편인 나의 경우는 내 기분 상태에 따라 연주자를 찾아 듣는 편이다.

예를 들면, 차분하게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조성진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다던가,

감수성이 유난히 풍부한 날에 기분에 취하고 싶을 땐 선우예권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다.

임윤찬 연주자의 경우는 조성진 연주자와 선우예권 연주자의 중간 기분이랄까?


아무튼 요즘 찾아 듣는 곡은 선우예권 님 연주, 리스트의 편곡 슈만의 '헌정'이다.

슈만이 사랑하는 클라라와 결혼하기 전에 선물한 소품집 '미르테의 꽃'에 수록되어 있는 가곡인데,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곡이다.

피아노 곡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사가 너무도 아름다운 가곡이라 적어두기.


'헌정'    

- 로베르트 슈만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고통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

당신은 내가 날아다니는 천국

당신은 나의 근심을 영원히 묻어버린 무덤

당신은 나의 안식, 나의 평화

당신은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당신이 날 사랑함으로 내가 비로소 가치가 있고

당신의 시선이 나를 맑게 하네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어올리니

그대는 나의 선한 영혼이며 보다 나은 나 자신이네


클라라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슈만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여진 곡이란 생각이 든다.

이 가곡을 리스트가 피아노 연주곡으로 편곡한 것인데,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아름답게만 보이는 듯한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이랄까?

이성적일 땐 매우 건조하다가,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어떤 순간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중간이 없는 성격으로서

이 곡을 듣고 있을 땐 사랑에 푹 빠진 슈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나 역시 그러한 상태로 변하곤 한다.

https://youtu.be/FCDxpQ0yTSU

 

요즘에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나와는 달리, 늘 비슷한, 안정적인 상태에 있는 그가 내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하지 말고,

잘하려는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라고,

그래야 내가 힘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줬다.

그의 말에 눈물이 터져버렸고,

그는 조용히 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나의 오만함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지금은 심리적으로 매우 편안해졌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난 그가 떠오른다.

내게 클라라는 '그'인 것이겠지.

내 옆에 나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최근 선우예권 님 버전의 연주곡을 무한 반복하며 듣고 있다.

그 어떤 연주자보다도 선우예권 님 해석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다른 분의 연주보다도 선우예권 님의 '헌정'은 '나'를 잘 표현해 주는 듯하여 가장 좋아한다.

그의 연주가 유난히도 잘 어울리는 '가을'이 오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 요즘이다.


길병만 님 목소리로 듣는 가곡 버전 추가.

https://youtu.be/UXDz0aByZ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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