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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dreamer Aug 11. 2020

아!  인생!

서영아!  사랑한데이 ^^

엄마, 죽고 싶어

엄마, 아, 인생!

엄마, 다음 생은 엄마 집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

엄마, 쉬고 싶어.

엄마, 자고 싶어.

엄마, 나 바보인가 봐.


서영 이것도 못하다니  디져라.

서영 살쪄서 보기 싫어

서영 그러고 또 먹나


혼잣말처럼 하는 고등학생 아이가 하는 말이다. 들을 때도 마음 아팠지만 적어보니 눈물이 절로 난다.


코로나  폭풍(고등학교 입학도 못한 상태에서 중학교 졸업하면서 준비해온 내신 시험공부를 하다 지쳐버린 아이가 밤낮이 바뀌며 극도로 예민해졌었다.)이 끝나고 결국 친 중간고사에서  받은 성적은 아이의 자신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상대평가인 탓에 끝이 없는 달리기 같은 고등학교 내신 시험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과목인 경우는 서술형  문제의 답 중  유사하지만 다른 단어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항의해봐도 로봇처럼 교과서와 동일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열심히 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울먹이는 아이한테 해 줄 말이라고는 괜찮다는 빈 위로밖에 없었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아이들이 속해있는 사회는 배움보다는 무한경쟁의 상대평가와 계속 이어지는 수행평가라는 틀이 다인데,


어두운 굴속에 있으면 출구가 있고 거기에 빛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인식을 마음과 행동에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말시험을 치고 결과에 대해 말이 없다. 불안한 마음에 거의  12시가 다되어 독서실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럭저럭 보았단다. 중간시험  후 3주 만의 시험이라 시간이 부족해 덜 공부했던 과목이 있긴 하지만 비교과 과목이라 괜찮다 그런데 중요과목은 열심히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뭔지 모르겠다  라고 하소연을 한다.


이때다 싶어 평소에 마음속에 담아두었지만 하지 못한 말을 했다.


정리해!


한 번씩 정리해주어도 방을 엉망으로 유지한다. 옷장은 물론이고 책상, 책장, 방바닥은 참고서, 문제집, 입다 벗어 논 옷, 수건 이 여기저기이다.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니 뭐가 모자란 지

불필요하게 시간을 버리고 있는지 모르지!'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학원을 옮겨도 문제지와 참고서만 많을 뿐 완독 하지 않은 책들은 정리해서 버려라.


알겠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날도 아이는 여전히 바쁘다. 시험이 끝나자 생기부에 적을 내용 등 기타 활동  등을 정리해야 한단다.


아이의 방에 앉아 차근히 여기저기 살펴본다.

 오래된 먼지처럼 그저 쌓여  있는 것이 다이고 역할이 없는 물건들  

주말 하루를 다 투자해 물건을 들어내고 가구를 하나 비우고 책장에 과목별 세부 파트별로 널찍널찍 아홉 칸에 책을 나누어  꽂았다. 그렇게 비우고 나니 공부할 양이 좀 줄어든 느낌이다.


12시가 다 되어 돌아온 아이에게 짠 하고 달라진 방을 보여주자 우와하고 감탄한다.


'서영아, 조금  어지르는 것도 괜찮아. 대신 과목별, 세부 항목 별로 꽂아. 시간이 없으면 그냥 앞에 두면 엄마가 매일 도와줄게.'

'옷은 빨 것은 책상 옆 바닥에, 다시 입을 옷은 옷장 안에만 두면 엄마가 걸어줄게'


깨끗하게 정리된 것을 어지르면 엄마가 실망하지 않을까 잠깐 걱정하던 얼굴이 밝아진다.


서영아

어른이 되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단다.

하지만 언제든지 마음의 먼지와 불필요한 짐은 덜어낼 수 있단다.

엄마도 마찬가지야,

그냥 너보다 먼저 해봤을 뿐이지.


정말 소소하지만 조금 덜어내 준 만큼

너 맘이 가벼워지고

스스로를 살펴보아

구멍이 난 부분은 메꿔가며

차근차근 해나갔으면 좋겠다.


힘들면 말해!!

네가 웃을 수 있도록 울랄라 춤이라도 출 테니.


야! 독서실에서 조금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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