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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dreamer Aug 26. 2020

중년안이라고요?

몇 개월 전 아들 생일 선물로 갤럭시버즈 무선 이어폰을 선물하였다. 운동하다가 한 짝을 잃어버린 탓에 온라인으로 잃어버린 오른쪽 이어폰을 구매하였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연결이 되지 않는다. 휴대폰에서 오른쪽과 왼쪽을 다른 기기로 인식하는 것이었다. 아차 하는 마음에 구매 사이트의 설명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서로 시리얼 넘버가 다르면 그럴 수 있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키플링을 하면 된다 한다.


음 키플링? 뭐지? 내가 모르는 용어 인가보다.  어쨌든 서로 다른 것을 짝 맞추는 과정인가 보다 했다.


서비스 센터에 가서 직원에게 이러저러하니 키플링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 커플링 말씀이지죠 ?" 한다. 그제야 속으로 키플링이라니!



 드디어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때란 드디어 돋보기안경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점점 눈이 나빠져 휴대폰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보이지 않는 대로 사실을 받아들이고 임의로 해석하게 된다.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결함으로 인해 처음부터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는 배경지식과 인식의 틀 조차 바르게 되어있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종종 저 사람이 저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 어떻게 저런 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지?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할 마음의 여지가 나에게 있었을까?


타인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어쨌든 불편함과 결함이라는 것도 좋은 점은 있는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겠지만 타인을 이해할 마음의 자리는 넓어지는 듯하니, 누군가가 말했다. 나이 듦은 타인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자신을 너그러이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날 오후 바로 안경점을 찾았다. 노안이 와서 이제 돋보기안경을 하러 왔다니  센스 있는 직원이 말하길 "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해서 이른 나이에도 원시가 쉽게 오므로 노안 이란 말 대신 중년안이라 합니다. "라고 한다. 내심 위안 아닌 위안을 받으며 다시 환해진 세상 너머 거울에 비친 안경 낀 내 모습이 타인의 눈에 보이길 세련되어 보일지 무난해 보일지 젊어 보일지 고민하였다.


그렇게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내게 올까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다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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