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좋은 이유
오늘은 새벽 요가 대신 저녁 8시 에 집을 나섰다. 며칠째 계속되는 장맛비에 지칠 만도 한데 창가에 앉으니 빗소리가 좋다. 저녁과 내일 먹을 음식을 마련하고 몇 번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하고 나니 쉴까, 그냥 창가에 앉아 책이라도 읽을까 하는 맘이 든다.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비가 새어 들어온다. 이런, 커튼이 젖을까 하고 할 수 없이 창문을 닫는다. 다음 살 집은 꼭 처마가 있는 집으로 비가 내리면 창문을 열어두고 책 읽을 수 있게...
무난한 사람, 그게 바로 나
요가를 하며 채식을 하며
조금씩 예민해지고 싶어
하고 싶은 거 찾기 , 이건 욕망과는 다른 거야
한다는 것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되도록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찾을 거야
감각 있게 꾸며진 집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하며 꿈꾸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남을 부러워했지 정작 나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던 거지
애쓰고 인테리어 책을 들춰보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상황이 그렇게 집을 갖게 되고 해도
막상 살 집에서 어떤 일상이 이루어질지
생각해 보질 않았던 거지
오늘 갑자기 생각난다.
마치 퍼즐을 찾아낸 것처럼
낮은 턱에 앉을자리가 있는 창이 있는
그 위에 처마가 있어 창 가까이 조그만 텃밭이 있고
볕이 들 때는 잘 자라는지 창으로 내려다 보고
작은 이파리 위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오늘은 말이지 빗소리 듣기 대신
우산을 쓰고 슬리퍼를 신고 요가하러 나선다.
비가 오는 데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선생님 옆자리까지 가득 채운 사람들 , 구령과 다소 비트 있는 음악으로 비로 인해 무거워진 공기가 들뜬다. 다운독에서 에카파다로 힘껏 들어 올려진 다리 , 위로 위로 가슴을 들어 올려 활짝 마음까지 열어젖히고 고른 숨소리, 거친 숨소리로 방안 가득 채운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
사바사나를 하는 도중 순간 지나가는 차 소리도 모두 멈춘 채 빗소리가 어둠을 채운다.
온몸을 돌던 피 조차 순간 멈춘 듯 손과 발 끝이 찌릿하다.
요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시원한 빗물에
어디까지 든 걸을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