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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Aug 18. 2021

출판 편집자를 괴롭히는 방법-1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괴롭다.


출판사의 편집자란, 문장의 교정 교열부터 글의 구성 등 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디자인에도 관여하고 요즘은 마케팅에도 한 역할을 한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 이처럼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맡아 진행하는 편집자는 책임 편집자라고도 지칭한다.

말 그대로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걸 책임지고 수행하는 사람이다.

책임만큼 권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주요 업무는 글을 만지는 일이다. 저자로부터 원고를 받으면, 주제에 맞게 글의 형태와 구성을 바로잡고 문장을 다듬는다. 이것이 중점을 두고 편집자가 할 일이다.

그러면서 여러 번 원고를 읽고 고민한 후,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해 더 멋진 책이 출간되도록 해야 한다.


편집자마다 원고를 대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편집자 간 수준 차이를 떠나서 편집자의 개성이 책에 녹아난다.

저자의 글에 좀 더 개입하는 편집자가 있고, 저자가 쓴 글을 적당히 살리는 편집자도 있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출간하는 시대라서 원고의 퀄리티가 극에서 극으로 갈리다 보니, 사실 편집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출판사 사장도 있지만...

편집자는 운 좋게 거의 만질 게 없을 만큼 훌륭한 원고를 맡을 수도 있고, 불운하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원고를 맡을 수도 있다.

본인이 기획했다면 어떤 원고든 기꺼이 출간 작업을 진행할 테지만, 다른 기획자나 편집자 또는 대표가 떠넘긴 원고라면 마냥 그 일이 즐겁지는 않다.

당연하지만, 물론 완전히 새로 써야 할 만큼 엉망인 원고라고 해도 편집자는 출간을 거부할 수 없다.

저자가 글은 잘 못 쓰지만, 알아서 잘 팔아주겠다는데 출간을 거부할 출판사는 없다.

편집자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어떻게든 일정에 맞게 출간 완료해야 한다.


글이 엉망이더라도, 나는 웬만하면 저자의 특정 표현을 최대한 살리는 편이다.

다 뜯어고쳐도 저자가 특별히 사용한 단어나 표현들을 곳곳에 살려주면, 저자는 심지어 수정이 많이 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못 채곤 한다.

자신의 글이 다 뒤집어 엎어졌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완성도 높게 책이 출간된 뿌듯함을 감추지 않는다.

'이 책 대박이겠네.'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완전히 새로 쓰는 것보다 이렇게 기존 표현을 살려 편집하는 게 편집자에게는 더 힘든 일이다.

잘못하면 글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고 비논리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저자의 특정 표현을 살리기 위해 온갖 표현과 정보들을 가져다 붙이는 데 시간을 꽤 소비한다.

하나의 특정 표현을 살리기 위해 새로 붙여 넣는 문장도 꽤 많아지곤 한다.

하지만 완전히 글을 새로 쓰게 되면, 그건 편집자의 글이지 저자의 글이 아니게 된다.

이게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처음 책을 내는 저자 중에는 간혹 편집자가 너무 많이 고치면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특정 표현을 살려주었는데도 편집자가 많이 고쳤다는 걸 눈치채고는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다.

'다른 편집자라면, 더 뜯어고쳤을 거예요'라고 말해도 기분 나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고치긴 해야겠는데 많이 고치면 저자가 화를 내고, 고치지 않으면 책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독자에게 미안한 일이 되고...

그 사이에서 편집자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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