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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Aug 19. 2021

출판 편집자를 괴롭히는 방법-2

원고는 세렝게티 초원처럼...


출간 경험이 없는 저자로부터 온 원고를 열어보면, 대개 저자가 직접 편집하겠다고 이것저것 만져서 엉망이 되어 있곤 하다.

자기가 보기에 나름대로 만져서 보내주면 편집자가 좋아할 줄 아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만진 원고는 편집자나 디자이너를 오히려 괴롭히곤 한다.

가령, 들여쓰기한다고 문단 첫 줄에 스페이스 바를 두 번씩 친다든지, 문단을 더 확실히 나눈다고 문단에 엔터를 한 번 더 친다든지... 이런 식이다.

여백을 고치고, 꼬리말을 넣고, 장평을 바꾸고... 

심지어 뭘 어떻게 만졌는지 알지 못하게 편집이 완전히 틀어진 원고도 받곤 한다.

편집자를 배려한다고 직접 원고를 고쳐서 보내주겠다는 마음만은 감사하지만, 오히려 편집자에겐 일만 더 늘어나는 셈이다.

들여쓰기 한다고 여백을 임의로 넣은 건 다시 일일이 확인하며 여백을 지워야 하고, 문단마다 엔터를 한 번씩 더 친 건 다시 일일이 붙여야 한다.

편집자를 배려한답시고 이리저리 편집해서 주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임의로 편집하는 것은 편집자를 괴롭히는 일이다.

원고는 그냥 그대로 플레인 하게 보내주었으면 한다.

들여쓰기도, 보기 좋은 장평도, 여백 조정도 필요 없다.

그냥 그대로 글자 크기는 '포인트 10'에 줄 간격은 '글자에 따라 160%', '장평 100%', '상대크기 100%'...

그냥 그대로면 된다.




심지어 가능하면, 그냥 윈도 메모장으로 줘도 좋다.

차라리 그게 낫다는 말이다.

마치 세렝게티 야생 초원처럼 글자들이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 하얀색 바탕 위를 뛰어다니게 하자.

중요한 것은 서론, 본론, 결론의 명확한 구분이다.

물론 문단은 확실히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엔터를 한 번 더 칠 필요는 없다.

편집자는 어쩌면, 여러분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고 글을 고쳐 왔다.

문단을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다.

직접 편집하겠다면, 소제목을 볼드로 강조해주는 정도면 좋다.

스타일은 넣지 말고 그냥 체계 구분만 잘해주면 된다.

오히려 이렇게 해야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일이 조금이라도 던다.

글자를 이쁘게 바꾸고 페이지를 꾸미는 것은 디자이너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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