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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Mar 03. 2021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일기: 어느 직장맘의 하루... '살짝 우울할 수 있는 부작용' 주의!

나는 늘 혼자 있고 싶다.

이런 말을 하면, '애 엄마가...', '가정이 있는 양반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내 사정을 잘 아는 친구들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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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하원을 책임지고 있는 나는 아침 6시 10분이면 기상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일으킨 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늦잠을 자지 않는다면 6시 30분에서 40분쯤엔 화장을 시작한다.

아이들을 깨우기 전 기초화장을 마친다. 


7시에 아이들을 깨우고, 준비한 아침을 먹인다. 

아이들도 나름 유치원, 학교 (비록 원격 수업이지만)라는 사회생활을 하기에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고달프다. 

일주일에 얼마쯤은 달래고, 며칠은 협박을 하고, 며칠은 화를 내며 아이들을 깨우기가 아침마다 괴롭다.

그리고 아침을 먹지 않고 아이를 보내는 일은 더 마음이 불편하다.

입맛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머라도 먹여야 마음이 편하다. 


아이들의 건강검진 앱에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보고를 하고,

8시가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선다. 

유치원에 둘째를 등원시킨 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는 동안 가지고 다니는 책을 몇 페이지 정도 읽는다.


건강을 생각해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킨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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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하루 일과 중에서 유일한 휴식은 점심시간이지만, 

가끔은 점심을 먹지 않고 근처 미술관이나 서점에 들른다. 

그냥... 조금은 혼자서 생각하고 쉬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듣는 것으로부터, 말하는 것으로부터, 읽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눈으로 보고, 새로운 냄새를 맡으며,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 그다지 주목받지 않는 배경이 될 때 가끔은 자유를 느낀다. 


회사든 집에서든 상대방의 부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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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넘으면 초조하다.

유치원에 가장 늦게 남아 있을 아이가 신경 쓰이고, 집에서 엄마가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첫째도 걱정스럽다. 


유치원 하원을 시키자마자 집에 가서 저녁을 차려준다. 

저녁을 먹자마자, 애들을 다그친다.

다 먹었으면, 씻고, 약 먹고, 스트레칭 등등을 하라고...


저녁을 먹는 중간에 드디어 이 집의 가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퇴근 후 등장한다. 

저녁을 대충 챙겨 먹고, 설거지를 한다. 

둘째를 씻기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첫째의 원격 수업에 과제가 있으면 과제를 체크하고, 수정할 부분을 알려준다. 

그리고 집에서 진행하는 학습지 (혼자서 풀고 있는) 확인을 한다. 

틀린 부분을 설명하고, 2~3번 정도 틀린 부분을 다시 풀라고 알려준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4과목뿐인데도 아이와 공부하는 시간은 힘들다. 

아이도 힘들고, 나도 너무 힘들다. 

혼자서 공부하고, 그 공부를 정말 사랑하는 아이들은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아주 소수의 존재겠지...?라고 위로를 해본다. 


일과가 어느 정도 끝나면, 함께 자는 문제로 신경전이 오간다. 

둘째는 혼자 자는 것이 싫어, 엄마 또는 아빠가 잠들 때 옆에 있어야 한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나도, 같이 사는 애 아버지도 같이 자는 것을 꺼려한다. 

아이와 자주 잠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잠들면 (씻지도 않고) 정말 허무한 기분이 든다. 

중간에 자다가 깨서 씻고, 머라도 한 다음, 잠들면 괜찮지만

정말 허무하게 잠든 경우에는 기분이 별로다. 

(깨워주기는 하지만, 고단한 직장인의 하루 끝에 잠은 깊은 잠으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눈을 뜨자마자 바쁘게 준비하고,

눈을 감는 것조차 내 의지가 아닌 하루를 보내기에 기분이 개운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가 혼자 잠들면 가장 좋지만,

아이는 나와 다른 개별적 존재이며... '늘, 언제나, 내 마음 같지 않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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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행히 같이 사는 분이 깨워져서 일어나 씻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평일은 참으로 고단하다. 


내 일상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이직도 하였지만, 

역시 어느 직장이나 월급 주는 것 이상으로 기대치가 높은 것 같다. 

퇴근 후의 일상은 늘 기력이 소진되어 있으니 말이다. 

적당히 일하고 싶은데, 적당히가 안 되는 성격이 문제인 건지도 모르겠다. 


빠듯한 일상, 매일 속에서 나는 어떻게 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지 오늘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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