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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Apr 08. 2021

포워딩 회사에 다닌다는 것

<13화> 위기의 1년차 , 포워딩 회사에서의 첫 해

어떤 회사를 다니더라도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괴로움은 있기 마련이고, 

그 괴로움 속에서 퇴사에 대한 욕망이 활활 타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사실, 아주 자주, 많이 있다. 


체념 주의자처럼 말하자면 "우리의 인생사가 다 그런 것이다" 겠고,

패배주의자처럼 말하자면 "피고용인의 신분으로 어쩌겠으며, 회사를 다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다" 일 것이다. 

나 또한 피고용인의 신분으로 회사를 다니는 미생이므로, 유치한 말에서 한 치 앞도 벗어나지 못했었다. 



1년 차: "1년만 버티자"


첫 팀장은 나보다 3살 많았다. 

서른이라는 어린 나이에 팀장 자리에 오른 만큼 인정받는 팀장이었다.

다만 몹시 싸늘한 말투와 가까이하기 힘든 팀장과 팀원이라는 관계 속에서 결코 친해질 수는 없었다.


포워딩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시작한 커리어의 첫걸음에서 

모르는 것 투성이로 무장한 나는, 알아야 하는 것들과 늘 싸워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오는 팀장의 차가운 말들과 사수의 무관심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었고, 

업무 시간 도중에도 화장실로 달려가 많이 울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무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었고, 마음은 너무 여렸으며, 회사 생활에 대한 경험이 너무 없어서 

남들이 주는 상처보다 스스로 내는 상처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실은 팀장은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강약을 조절한 훈계 아닌 훈계, 조언 아닌 조언을 했을 뿐이고, 사수는 후임을 가르쳐주고 관심을 가져주기엔 너무 자기 일이 바빴을 뿐이다. 


'어떤 팀장이, 어떤 사수가 자기 시간 빼서 가르쳐주나요? 요즘 그런 팀장이, 사수가 있긴 한가요?'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동의한다. 

나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고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지는 않는다.

효율적이고 필요한 말을 하며, 흐름을 빨리 따라오도록 가르칠뿐이다. 


하지만 팀원에게 상처를 주면서, 후임에게 상처를 주면서 가르치지도 않는다.

굳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더라도, 적당한 온도의 말로 누군가를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한 때 나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누군가에게 상처 준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퇴사의 간접적인 원인쯤은 제공했었겠지만 

어느 정도의 나이와 경력에 들어서면 굳이 냉혈한처럼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튼 당시 나는 점점 웅크러졌었다.

그 고비에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1년만 버티자'는 결심 때문이었다.

오기로 독기로 1년만 채우고 그만두겠다고 생각을 했다.

최소한 1년은 채우고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1년이 다 되어 갈 때쯤, 팀장이 퇴사를 했다.

차갑고 독하게 회사를 영원히 다닐 것처럼 보였던 그 팀장도 나름의 애환은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내 1년 회사 생활이 그 이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 팀장의 퇴사 때문임은 사실이다. 

다윈의 그 유명한 말처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그렇게, 그 결심처럼, 나의 1년 차 고비는 커브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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