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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Apr 25. 2021

포워딩 회사에 다닌다는 것

<15화> 이직의 이직의 이직

지난주 목요일 옛 회사를 방문했다.

이 글, '포워딩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라는 글을 쓰는 팔 할의 경험이 되는 그곳 말이다.

물론, 단순한 방문은 아니었다.

제안이 있었고, 이야기가 있었고, 나의 생각과 결심들도 있었다.

단순히 놀러 왔다는 형식적인 안부 인사 아래,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를 겪고 보니, 

그리고 이전 회사를 다니고 보니,

나와 맞는다거나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어떤 발견'들을 하게 되었다.

이직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결혼을 해봐야 아는 결혼의 실체가 있고,

아이를 낳아봐야 느끼는 삶의 희로애락이 있듯이 말이다. 


왜 이직을 하는 것일까?


총 3번의 이직을 통해 내가 발견한 나의 체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소수의 인원이 있는 회사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수의 인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일하다 보니,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인사, 동료의 감정 기복, 비교가 되는 업무량, 출퇴근 시간 및 휴가 등이 있다.

내가 맡은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자주 연출되면서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 같다. 

내 일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을 때의 스트레스, 눈치를 봐야 하는 스트레스, 작은 회사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휴가를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규모가 있는 회사를 다닐 때는 연차 소진 시, 특별한 눈치를 본다거나 불편한 적이 없었다.

적절하게 마감을 피하고,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를 피한다면 휴가 가는 것이 큰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내 일이 한가하기도 해야 하지만, 내 업무를 백업해주는 동료들의 업무량도 고려하고 배려해야 했다.

큰 회사에서는 백업해줄 사람들도 다수가 있어 부담이 크지 않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백업을 해주는 사람들도 한 두 명에 불과하다 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큰 회사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회사의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 

보수적인 회사 문화와 분위기는 자괴감을 낳기도 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그리고 그 벽에 부딪히는 횟수가 커질 때, 변화를 시키고 싶지만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좌절감은 점점 커진다.

그 좌절감이 월급과 동일해져 더 이상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탈출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왜 돌아가는 것일까?


만약 내게 동일한 부서의 포지션으로 제안이 왔다면,

사실 나는 가지 않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내가 주 경력을 쌓았던 부서가 아닌 타 부서의 파트장으로 간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늘 내게 기회를 주시지 않으려 했던 양반이 어쨌든 내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것이 좋았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내 심장을 뛰게 하고,

나이가 들수록 그런 기회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것을 여러 번 체험해봤다.

어쩌면 나의 이직의 이직의 이직은 늘 새로움에 대한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규모가 있는 회사가 좋다.

퇴사하기 전보다 2배의 규모가 되어 있는 회사, M&A가 빈번한 회사이다 보니 3년을 주기로 늘 규모가 성장한다. 

규모의 확장은 직원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기도 하고 (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은 정말 고달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괜찮은 기회를 주기도 한다(포지션 변경, 승진 기회 등등).  

안주하는 나 자신이 되기보다는 나아가는 내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운 동료들이 있어서 돌아간다.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는 말이 있다.

이직을 통해 친해진 사람들도 있고,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립지 않은 동료들도 여전히 이 회사에는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동료들이 있는 그곳이 그리웠다. 

다시 돌아간다고 좋은 관계가 유지되라는 법도 없고,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인간관계는 내 노력,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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