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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Aug 31. 2022

회사, 보여주는 일기

저, 한국인인데요... 근데, 영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많은 글에서 썼듯이, 나는 외국계 회사를 다닌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 당연히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회사 분위기 정말 자유로워서 좋겠어요?"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모범적인 답변이 그렇듯이, 

"회사마다 달라요. 같은 외국계라도 회사마다 분위기는 다릅니다."라는 답변을 한다.

한국에 있는 회사 중에 아무리 자유롭다고 한 들, 한국인의 마인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고 한국인의 정체성이 변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보스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혹은 외국인이지만 한국보다 더 보수적인 회사 문화에 길들여진 보스가 내 위에 있다면 말이다.



내 이름은 어렵다.

같은 나라 사람에게도 딱딱한 발음을 풍기며, 인간관계의 거리감을 조장하는 이름이다.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진 요즘 느낌으로는 세련되지 않다. 

그래서 입사 당시에 영문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너무 좋았다. 

된장녀 같지만, 내 촌스러운 이름보다 영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나를 격상시키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그 기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영어 이름은 '부모님'으로부터 운명적으로(?) 부여받은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에게 스스로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이 참으로 뿌듯했고, 당연히도 그 이름이 아름답게 느껴졌을 뿐이다. 수동이 아닌 능동에 대한 자신감의 상승이었던 것 같다. 


가끔 느끼는데, 사람과 영어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동료들이 있다. 

물론, 이름과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은 늘 있지만, 우리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영어 이름과의 부조화는 더욱 괴리감이 큰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우리가 해당 영어 이름을 들었을 때,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예를 들어보려다, 스나이퍼가 될 것 같아 예를 들지 않으련다. 


무거운 내 원래 이름에 나름 발랄한 영어 이름을 가진 나, 네, 저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나이도 직급도 거리감도 벗어던질 수 있는 영어 이름이 더 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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