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포 Sep 25. 2022

그녀가 일을 못하는 이유

1. 비딩(Bidding) 결과와 그녀의 퇴사 소식 (2)

팀장이 월요일에는 나를 부를 꺼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팀장은 '세상이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행동하시는 분이라 화요일에 미팅룸으로 불렀다. 

그리고 비딩 결과에 따른 다음 계획은 물었다, 나에게...

'님이 팀장인데 그걸 저에게 물어보시면 어쩌죠?'라는 말이 목구멍을 맴돌았지만, '글쎄요'라는 다소 중립적이며 애매모호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반문을 했다, "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 주세요. 회사의 방향이라는 것도 있고..."

지금 당장 퇴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민폐를 끼치면서 누군가를 밀어내기에도 마땅치 않은 마음이었다.  

"XXXX나 OO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위에서는 다 생각하고 있으면서 왜 나에게 의견을 묻는 거지...?

"이미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면..."

"그냥 생각만 한 거고, 아직 본부장님께는 보고를 올리지는 않았어요."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내가 말하는 대로 해줄 거냐...?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꾹 참아보았다. 

'일단 저도 그럼 언급 주신 업체들을 고려해서 생각해보겠다."

"근데, 빨리 결정을 해야 해서요."

아 놔, 한 대 치고 싶다...

"넵, 최대한 빨리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하기에 그렇게 미팅룸에서의 대화를 끝냈다. 




며칠 뒤, 부서 내 다른 팀장이 다른 미팅룸에서 나를 불렀다.

대충 정황 상, 업무에 대한, 자리 이동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라고 추정하며 미팅룸을 들어섰다. 

"혹시 XX업체, 지역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차라리 지금 소속된 부서장보다는 이 부서장이 좋지 않을까?

하나의 account를 핸들링 하면 비딩 결과에 따라 입지가 흔들리는 것에 비해서, general 한 업체를 다루면 내 스킬도 (지금 가장 나에게 부족한 부분) 어느 정도 Level up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긍정의 표시를 내비쳤다. 

그랬더니 나의 피드백을 본부장에게 보고를 하겠다고 한다,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confidential이란다.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미팅룸을 나왔다. 




그러나 나만 컨피덴셜이었나 보다. 

이미 부서 내에서는 내 자리 이동이 파다하게 퍼졌다. 

마음을 이미 정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좀 어이가 없긴 했다.




내가 가기로 한 자리의 아이가 퇴사를 하겠다는 소식이 곧 이어져 들려왔다. 

내가 밀어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무렵, 이동하기로 한 팀의 팀장이 설명을 한다. 

담당자에게 새로운 업무를 권고했지만, 새로운 업무 대신 퇴사를 결정했다고 하며, 그것은 나의 결정과 무관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새로운 업무 이동 시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그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얘기했는데, 본인도 나름 고민을 했는지, 업무 이동보다는 퇴사가 본인을 위한 바람직한 결정으로 팀장은 그녀를 붙잡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기에 그녀는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업무 개선이 전혀 없었다는 평가를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수인계 일정이 정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그녀가 일을 못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