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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Nov 25. 2020

이것은 광고이기도, 광고가 아니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텔링 광고 사례  

1. 재미 요소가 있는 광고 스토리텔링 사례


① <스와로브스키> - 장도연의 ‘나를 위한 선물’ (2018)         


 [COPY&NAR]

  내 인생 최고의 선물 5가지. 차이코프스키, 한잔의 위스키, 날 촉촉하게 만드는 가스키, 우리집 개스키, 그중의 제일은 스와로브스키,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스와로브스키. 다이스키! 메리크리스마스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캐롤 음악이 깔린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장도연이 나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브랜드 라임에 맞춘 유머러스한 대사를 하고, 팔을 꺾어 백조를 흉내낸다. 스와로브스키의 브랜드 이름을 언어유희로 활용한 카피가 재치 있고, 나름 설득 적이기까지 하다. 고급지면서도 유쾌하다.  


  액세서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키워드, 그리고 박신혜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모델로 광고를 집행해왔다. 2018년 크리스마스 시즌, 대세 개그맨 장도연을 모델로 하여 유머러스한 광고를 제작했다. “고급스러운 스와로브스키가 이런 광고를 찍었다고? 해킹당했나?”라는 반응을 얻을 정도로 파격적이었고, “브랜딩은 이렇게 힘을 빼고 해야 한다.” 등 마케팅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특히 쥬얼리 브랜드의 전형적인 광고의 틀을 부수어 신선한 접근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스와로브스키의 이와 같은 시도는 바이럴 콘텐츠가 높은 파급력을 얻고 있고, 그 중 유머러스한 스토리텔링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는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공개 5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6만을 기록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뜨거운 바이럴 효과를 얻었다. 위 광고가 제작되었던 2018년은 유머러스함과 B급 감성이 강한 이른바 ‘병맛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속속히 등장하고 높은 바이럴 효과를 얻으며,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스와로브스키는 하이엔드 브랜드에 속하기에, 유머러스한 시도가 더욱 돋보이고 주목 받을 수 있었다. 광고를 위한 광고가 아닌, 스와로브스키만의 콘텐츠로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② <캐논> - 파워샷 G7 X MARK 2시리즈 (2016 안정환, 2015 최현석)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안정환과 요리사 최현석을 모델로 한 캐논의 파워샷 시리즈 광고가 송출되었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훌륭한 예능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던 인물들이 등장하며 우선 흥미를 끌었고, 앞서 다뤘던 스와로브스키와 마찬가지로 다소 전형적이었던 카메라 광고 스토리텔링을 유머러스한 연출과 플롯으로 신선하게 풀어냈다. 이야기의 전개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게 흘러가며 웃음을 이끌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더불어 무엇보다 제품이 가진 강점과 특징을 누구나 쉽게 납득하고 기억할 수 있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시리즈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1편 ‘캐논슛’에는 은퇴한 축구선수 안정환이 등장한다. 경찰에게 쫓기는 범인이 안정환의 눈에 들어오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안정환은 옆에서 공을 들고 있던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넘기고 범인에게 공을 차려 한다. 그러나 그만 실수로 경찰에게 강한 슛을 하고 만다. 죄 없는 경찰은 계단에 넘어지고, 안정환은 공무 방해 죄로 경찰차에 탄다. 아이들이 들고 있던 카메라에 안정환의 행동이 흔들림 없이 잘 담겼다는 정보를 보여주며 캐논의 파워샷 카메라가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담는 제품이고, 작지만 강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운다.  


광대한 자연을 찍으며 감명 깊은 카피를 내레이션하는 스토리텔링은 캐논을 비롯한 카메라 브랜드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캐논은 파워샷 시리즈에서 이와 같은 전형적인 구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어둡고 긴장감 있는 숲속에서 비장하게 곰을 카메라에 담는 최현석과 안정환은 사진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는 멋진 나레이션을 내뱉는다. 곰이 다가오지만, “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라는 내레이션 후, 모델들이 곰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유머러스한 해시태그가 나온다. 최현석 편에는 ‘#곰밥 #명복 #굿바이 #adios’ 라는 해시태그가 붙고, 안정환 편에는 ‘#캐논이_일년에_한명씩_보낸다’라는 문구가 뜨며 캐논의 이전 광고들을 유머러스하게 함축하기도 한다. 엔딩에는 ‘선명하고 생생하게 최대 개방 F1.8렌즈’ /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게’라는 정보성 카피가 뜬다. 유머를 절정에 이르게 하는 것은 정보성 카피와 더불어 수풀 속에서 최현석을 잡아먹는 곰의 모습, 그리고 유령이 된 최현석과 안정환이 함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엔딩 장면이다. 


캐논 파워샷 광고는 모든 시리즈가 일관성 있는 컨셉과 톤으로 웃음을 유도하고, 제품의 장점이나 광고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2010년 이후의 광고 트랜드는 제품의 강점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거나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을 피한다. 뜬금없고, 다소 어이없기도 한 이미지와 사건을 연출하며 제품보다 광고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방식의 시도를 추구한다. 생산자와 제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숨기고,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코드를 담고자 한다. 캐논 파워샷 광고에는 이러한 트랜드가 충실히 반영되었다.  


  캐논은 파워무비 시리즈를 통해 카메라 업계 최초로 ‘병맛 코드’를 시도했다. 영상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약 150만 건의 시청 수를 기록했고, 소셜 채널을 통합해 약 400만 뷰의 시청수를 넘겼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나날이 좋아지며, 캐논을 비롯한 정통 카메라 회사의 위상과 제품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기호적인 측면에서 카메라를 소비한다. 그러한 맥락을 고려했을 때, 고급화 전략을 고집하지 않고 거리감을 좁히며 소비자에게 무겁지 않게 다가가려는 전략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고, 효과를 충실히 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액세서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카메라 브랜드 캐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에 속한다. 이들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이어가고 강화하기 위해, 정적이고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광고를 제작해 왔다. 두 브랜드는 시장의 변화를 겪으며, 생존과 성장을 위해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시도했다. 정적이고 진중한 특유의 톤은 유지하되 예상치 못한 디테일과 요소들을 추가했고, 젊은 타깃들이 선호하는 유머 코드를 얻는 데에 성공했다. 플롯과 디테일이 충분히 신선하기도 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가 유머러스한 코드를 담고자 한 시도 자체가 타깃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 스와로브스키와 캐논의 위 캠페인들은 그들이 가진 고유한 브랜드 성을 잃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적인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2. 진정성을 내세우는 광고 스토리텔링 사례      


① <이마트> - 와이너리 캠페인 ‘와인 이즈 노말’ (2018)               



  시골 마을 ‘와이너리’의 어르신들은 일어나자마자 와인을 마시고, 농사하다가 새참으로도 와인을 마신다. 전과 와인을 곁들고, 치킨과 와인을 마시며 치맥 대신 ‘치와’를 즐긴다. 메주 대신 와인을 둥둥 매단다. 와인에 대한 개인의 취향도 뚜렷하다. 빨간 것과 하얀 것 중 어느 것이 좋냐는 한 할머니의 물음에, 순덕 할머니는 ‘목마를 땐 역시 하얀 거제’라고 말한다. 동네 입구 마루에 앉은 할아버지들은 ‘거, 와인? 그거 아무것도 아니여’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연출된 장면들이다. 캠페인 영상은 웹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되었고, 출연한 전남 구례군 당촌리 마을주민들의 능청스럽고 구수한 연기력과 푸근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돋보인다. 와이너리 캠페인은 이마트 와인장터 홍보를 위해 기획되었다. ‘와인’ 하면 고급지고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부담 없이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다가온다. 와인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한국의 시골 풍경과 와인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와인이 가졌던 고정관념을 날림과 더불어, 정답고 뭉클한 감성을 자아낸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보다 와인을 가까이하는 어르신들의 스토리텔링은 와인을 저렴하게 판매하여 전 국민이 와인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국민 할인마트 이마트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이마트가 저렴한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와인의 가격이 아닌 와인의 위치를 재포지셔닝한 전략이 돋보인다. 시골 어르신들이 와인을 못 즐길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인사이트 삼아 그것을 재치있게 뒤집은 접근 방식이 인간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남긴다. 시골의 배경과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스토리텔링 소재로 삼은 광고 사례는 이 외에도 많지만, 위 캠페인에서는 와인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젊은이의 구도가 아닌 어르신들의 시선과 구도로 꾸밈없이 드러났기에 극대화된 감동을 남긴다. 특히 어르신들이 정확한 딕션으로 ‘와인 이즈 노말’을 말하는 엔딩 장면이 사랑스럽다. 


  TBWA 코리아가 기획한 위 캠페인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19 뉴욕 페스티벌에서 필름 크래프트 부문 금상을 받고, 서울영상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클리오 어워드 동상, 에피 어워드에 이어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도 상을 받으며 크리에이티브와 광고효과를 높게 평가받았다. 




② <대한항공> - 대한이야기 (2019)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의 ‘대한’과, ‘대한항공’의 ‘대한’, 그리고 ‘-에 대한’이라는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대한항공의 50년 이야기를 담은 캠페인 ‘대한이야기’를 진행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시리즈물로 제작되었으며, 고객에 대한 감사함과 도약의 의지를 담아 대한항공의 다양한 역량 및 활동을 소개한다. “역사” 편을 시작으로 하여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의 지난 세월을 다뤘다. “고객 감사” 편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다뤘던 “역사”편과 대조적으로 현재의 모습을 다루며, 고객 만족이 있기까지 이곳저곳에서 끊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전” 편에서는 승객들이 보지 못한 곳에서 늘 안전한 비행을 위해 노력하고 대비하는 직업인들의 모습을 다룬다. 3편 이외에도 “화물”, “승무원”, “파일럿”, “기내식”, “유니폼 ”편 등의 결코 적지 않은 TVC가 제작되었다. 또 TVC와 연결되는 디지털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항공 서비스 외에도 운항, 정비, 항공 우주 등 대한항공의 사업과 서비스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라고도 한다. 


  대한항공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스토리텔링 광고를 위해 부단히 힘써왔다. 대한항공의 완벽한 항공 서비스와 하늘에서의 이야기를 광고에 담았고, 더 나아가 세계 여행의 순간이 주는 황홀함과 가치를 광고에 담았다. 특히 항공 회사의 전형적인 광고 플롯과 소재였던 하늘과 비행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대한항공과 계약된 세계 각국의 도착지들에 관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명료하고 세련되게 녹여왔던 스토리텔링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기도 했다. 그리고 무려 10년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해외의 멋진 광경을 깔끔한 카피와 감각적인 연출로 다뤄낸 여러 캠페인은, 대한항공의 브랜드를 어필하는 것을 넘어 여행 자체에 대한 욕구를 키워내 여객 수요 전반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기도 했다. 


  ‘대한이야기’ 캠페인은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의도뿐 아니라, 조현아의 땅콩 사건 등 대한항공 오너 일가 이슈로 하락한 브랜드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여론을 의식하고 기획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 한진그룹 회장이었던 조양호가 별세하며, 새로운 리더십과 비전 강화가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50주년 CSR은 여러 측면에서 기업의 이미지와 가치 제고 필요성을 느끼고 집행된 캠페인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 보았을 때, 대한항공이 고객을 위해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녹여내고자 하는 구도가 캠페인 영상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입 승무원의 첫 비행 이야기, 24시간 잠들지 않은 화물 이야기 등은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쉽게 접할 수 없다. 대한항공의 추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일상과 속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더불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만이 갖출 수 있는 압도적인 기술과 자본, 프리미엄 서비스의 발전을 세세하게 소개하며, 대한항공이 타 브랜드와는 압도적인 차별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대한항공은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반동하기 위해 더욱 세련되고 진솔한 스토리텔링으로 그들의 진정성을 전달하였다. 과거의 영광뿐 아니라,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비전까지 보여주며, ‘대한’이라는 이름에 들어맞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특히나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커졌음을 인식하고, 대한항공이 국내 유일 테스트 설비 등으로 다른 항공사와는 차별화된 안전함을 갖추었다는 점을 명료한 메시지로 드러낸 점이 돋보이기도 한다. 


  ‘대한이야기’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며 대한항공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였다. ‘비행기 한 번을 타는 데 저렇게 많은 노고가 거쳐야 하는지는 몰랐고, 광고를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대한항공만이 가지는 아우라가 있다’, ‘세계 항공사 중 대한항공이 가장 멋지고 안전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대한항공의 진정성에 감동했다. 또한 ‘오너는 오너고, 브랜드는 브랜드다’라며 소비자들이 대한항공을 계속 불매할 필요성이 없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한항공을 응원하겠다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여느 때보다 진정성이 짙게 스며든 대한항공의 캠페인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항공업계에서의 압도적인 입지를 되새기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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