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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Nov 07. 2021

없던 오늘에서 습관적으로 사랑하기

『없던 오늘』, 유병욱, 2021

검정치마의 가사처럼, 이러다 우리가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그런 막연한 암울함이 내 작은 조각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지점들을 시니컬하게 흘려보내게 한다는 고민을 계속 품고 있던 요즘이었다. 작은 일렁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가도, 생이 부질없고 형벌 같다는 비관에 자주 빠져들었다.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며 천장의 벽지 무늬를 세는 90세 노인의 마음이 내게 있던 것이었다. 새로움의 연속으로 말랑말랑 촐랑촐랑 바빠야 할 나의 풋사과 같은 20대를 이렇게 시니컬하게 보내다, 창백한 마네킹처럼 굳어버리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 그 누구보다 작은 만족과 행복에 죄책감을 느끼고 뻣뻣하게 지낸 나의 모순이 소름돋았다.



책을 읽고 내가 꽤 괜찮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 열병을 뚫고 난 후에는 더 감사하고 더 낮은 태도로 나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남았다. 이 아릿한 확신이 휘발되지 않고 최대한 오래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오늘의 나는 몇 없는 짐을 챙겨 스스로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 하찮고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조금 더 따라가보면, 더 담담하고 더 자유로운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다시 챙겨본다. 삶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사랑을 자주 떠올려야겠다.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영양제를 챙겨먹듯.


무한한 다정함을 품은 문장


"그거 그렇게 시시한 단어 아냐. 그리고 이건 너랑 나랑만 아는 비밀인데, 앞으로 너는 그 단어들의 힘에 기대어 살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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