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 싫다고 안 받는 거 아니다. 스트레스

by 김은유

나는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스트레스 자체 생산이 가능한 인간이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받는다. 놀고 있으면 더 잘 놀고 싶어서, 산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있어도 스트레스받을 인간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싶어 책도 읽고 강연도 찾아봤다. 솔깃한 방법들이었지만 막상 실제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보고 읽어도 여전하니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눈 떠있는 시간은 대부분 일과 관련 있었다. 출·퇴근시간에도 일을 하거나 일 생각을 했다. 잘하려니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육아휴직을 하고 미국에 머물게 되었다. 당분간 스트레스가 사라지리라. 출국 전에는 한국 살림을 마무리하느라, 미국 도착 후에는 낯선 땅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가 최고치였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곧 사라지리라!


이제 스트레스가 없겠지 생각이 들 때, 바쁘게 살다가 쉬니 우울감이 몰려왔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 회사 선배에게 전화해 한참을 하소연했다. '형, 쉬는 거 너무 힘들어요.' 선배가 위로해줬다. '힘내. 괜찮아질 거야.'


조금씩 바쁘게 움직이며 우울함이 줄어들자, 새로운 고민과 스트레스가 나타났다. 아이들 교육은 어쩌지? 하나가 약해지면 새로운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건가? 또다시 하나가,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 또다시, 또다시... 크건 작건 멈추지 않았다. 별것 아닌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제야 알았다. 놀아도 스트레스는 받는다. 쉬어도 받는다. 무얼 하든지, 언제나 받는다. 저 인간이 아니어도 받고, 이 상황이 아니어도 받는다. 어차피 받는 거다. 받기 싫다고 안 받는 거 아니고, 주는 사람이 없어도 받는다. 그러니 스트레스에 그리 분노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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