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속도제한 표지판은 안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상한선처럼 보인다. 그 속도를 넘으면 눈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주변을 볼 수 없다.
각도에 따라 광경이 바뀌는 꼬불꼬불한 길이나, 동물들이 자주 출현하는 길은 천천히 가야 한다. 제한속도가 낮다. 모든 차가 빨리 달리는 고속도로는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니 지루하다. 제한속도가 높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에 예닐곱 시간 운전하는 날이 많다. 미국 고속도로가 탁 트여 운전하기는 편하지만, 예닐곱 시간씩 운전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장시간 운전하는 날 아침은 운전 생각에 숨이 턱 막힌다.
일단 두 시간만 가자고 굳게 마음먹고 출발해도 내비게이션에 ‘도착까지 6시간’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단번에 날아가 도착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자동차 여행을 떠난 이상, 목적지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히 가는 것이다. 조급해지지 않고 지치지 않기 위해서, 멀리 도착지가 아닌 가까이 경유지를 보고 가기도 한다.
여유 있게 가려고 노력해도,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속도를 올릴수록 신경이 곤두선다. 음악도 들리지 않고, 창밖의 광경도 보이지 않는다. 빠르게 가는 데만 모든 신경이 쓰인다. 속도만큼이나 마음도 바쁘다.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고, 여유도 없어진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의 길이 다르지 않은 고속도로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영화에서 볼 법한 끝없는 지평선 위에 파스텔 톤의 하늘이 펼쳐지거나, 그림에서 볼 법한 숲과 강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멋진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자동차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이렇게 조금씩 가다 보면, 멋진 광경도 보고 소소한 재미도 느끼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지치고 힘들기도 한 장거리 운전이 여행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