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시민의식의 중점이 다르다
Systendividual 시대
대한민국은 시민의식이 낮은 나라인가, 높은 나라인가?
운전을 하다가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미국에서는 속도를 줄여 끼어들 수 있게 양보해 주지만 한국에서는 속도를 올려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보행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면 미국에서는 차를 멈추지만 한국에서는 차를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폭우로 물난리가 났을 때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 하수구를 뚫거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훔쳐가지 않는 한국의 모습에 외국인들은 놀라워한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때, 한국인의 적극적인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다른 나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두고 우리는 ‘위기 때 강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는 대한민국’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은 위기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일까. 시민의식은 없다가 갑자기 생기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민의식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과 미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 게 아닐까?
한국과 미국은 시민의식의 중점이 다르다
우리 시민의식은 ‘시스템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사회, 조직 등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에게 불편을 다소 주더라도 시스템 유지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 받아들인다.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는 차(개인)를 위해 교통흐름(시스템 유지)을 늦추면서까지 비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차선을 바꾸는 차가 기존 교통흐름에 맞게 속도를 높여 들어가야 한다.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개인)를 위해 교통흐름을 멈추지 않는다(시스템 유지). 보행자가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반면 자신에게 불편을 주지 않더라도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면 지탄을 받는다. 어느 도시에 아무개가 마스크를 안 써서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하여 그 아무개는 어마어마한 지탄을 받았다.
미국의 시민의식은 ‘개인의 존중’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개인을 중시한다.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이 나의 자유에 방해되는 걸 원치 않고, 나도 다른 사람의 자유에 피해 주지 않도록 노력한다. 교통흐름(시스템)이 더뎌지더라도 차선을 바꾸려는 차(개인)를 위해 기꺼이 속도를 낮추고 양보한다. 차가 밀려도(시스템)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개인)를 위해 차들은 멈춰 선다.
시스템 우선의 한국, 개인 우선의 미국
미국에서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한 번도 단번에 연결된 적이 없다.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리고도 전화가 끊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민원이 빗발칠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전화연결이 되자 그 이유를 알았다.
우리나라 콜센터는 원활한 전화연결을 위해 업무처리를 빠르게 한다. 오래 걸리는 업무는 처리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시스템의 흐름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에서는 전화연결이 어렵지만, 일단 연결이 되면 업무가 처리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는다. 업무처리에 한 시간이 넘게 걸려도 전화연결이 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끊는다. 통화하는 개인 한 명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일들이 미국에서는 그럴만한 일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가능한 행동이 서양에서는 당황스러운 행동이 되기도 한다. 식당 카운터에 “스마트폰 충전 좀 해주세요.”라는 부탁은 외국인의 눈에는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남의 전기세를 공짜로 쓰게 해 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의 정(情) 없는 행동이라고 치부할게 아니라, ‘시스템 중심의 한국, 개인 중심의 미국’이라는 틀을 갖고 보면 이해가 된다. 한국에서는 시스템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아 허용되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뺏는 행동으로 당황스러운 행동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시스템을 우선하고 미국은 개인을 우선한다. 한국에서는 시스템이 있고 그 구성원으로 개인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있은 후 시스템이 존재한다. 개인이 모여 시스템을 이루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시스템이나 개인을 우선하며 행동하지는 않지만 생활 속에 배어있다. 우리는 직장에서나, 모임에서나 은연중에 집단과 시스템을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