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시스템’을 미국은 ‘개인’을 우선할까?
Systendividual 시대
시민혁명, 산업혁명 이후 서양의 승리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서구 문화가 선진문화의 기준이고, 당시의 강대국이 여전히 강대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나라와 같이 ‘시스템’을 우선하는 몇몇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하여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고 한다. 기존 강대국인 미국 등의 서양 국가와 최근 수십년간 빠르게 성장한 한국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 미국 모두 개인주의, 자본주의가 바탕이지만, 문화나 생활을 들여다보면 한국은 ‘시스템’을, 미국은 ‘개인’을 우선한다. 개인주의, 자본주의가 자리 잡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시스템’을 미국이 ‘개인’을 우선하는 이유를 개인주의가 서양에서 발생해서 동양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통해 알아보자.
개인주의가 형성되는 시민혁명, 그리고 산업혁명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는 1600년도 후반부터 1700년도 후반에 시민혁명이 일어났다. 그 이전에는 동양과 서양 모두 ‘농업’과 ‘왕, 귀족 중심’의 사회였다. 이 사회에서는 농민층(노동자)들은 자신의 땅을 소유하지 못했다. 농민층은 자신의 노동으로 농사를 지어 세금을 바치고, 잉여 노동력도 수취당했다.
이러한 조세체계는 농민층, 일반시민 계급의 불만을 야기하였고, 마침내 시민혁명이 발생했다. 일반시민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 영국에서는 1688년 명예혁명, 미국에서는 1776년 독립혁명(본국에 대한 식민지의 반발), 프랑스에서는 1789년 프랑스혁명 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시민혁명으로 사유재산제는 확립되고, 자본주의, 개인주의는 발전했다. 개인의 제한 없는 경제활동과,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혁명으로 농업, 왕, 귀족 중심의 기존 사회가 무너지자 자본가와 노동자는 더 이상 농업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새로운 제도와 철학 속에서 사회는 안정되었고, 이러한 환경은 기계와 기술이 발전하는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영국을 중심으로 1760년대부터 약 80년에 걸쳐 기계가 발명되고 기술이 발전하는 산업혁명은 경제적, 사회적 변화도 가져왔다. 새로운 기술과 기계, 사유재산제, 자본주의, 개인주의로의 변화를 이룬 서양은 강력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양으로 진격해 왔다.
서양에게 굴복하여 개인주의를 학습한 동양
동양으로 진격한 서양의 국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개항을 요구한다. 중국(청나라)은 영국과 1차 아편전쟁 이후 1842년 난징조약을 체결하며 개항 ‘당’했다. 이로써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고, 여러 항구가 강제로 개항했다. 그리고 2차 아편전쟁 이후 중국(청나라)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의 베이징 조약(1860)으로 주룽(九龍)을 영국에 할양하고, 연해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했다. 일본은 1854년 미국에 의해서 개항 ‘당’했고, 한국은 미국과 서양에게 개항당한 일본에게 1876년 일명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 ‘당’했다.
이렇게 불평등조약으로 개항을 당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양을 모델로 학습하기 시작한다. 개항당한 중국, 일본은 서양을 배운다. 서양이 가지고 있는 기술, 생각을 흡수한다. 중국에서는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등 서양을 모델로 한 변화가 일어난다. 다만, 서양은 아래에서부터의 변화하였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이뤄진다.
후발주자의 이점은 선발주자로부터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양의 200년에 걸친 변화를 단기간에 받아들이고 발전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서양의 우선 사례를 참고하여 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변화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오롯이 보장하기보다는 집단, 조직, 시스템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며 성장했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치는 받아들였지만, 변화의 과정은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시스템 우선의 개인주의’로 변화하여 정착되었다.
건국부터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반면, 미국은 처음 나라가 만들어질 때부터 개인주의, 자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나라이다. 최진석 교수는 그의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인류 최초의 실험국가다. 그 이전의 국가들은 모두 귀족 계층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귀족들이 지배하는 영토 속에서 평민들이 삶을 꾸리는 형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최초로 평민들끼리 힘을 합쳐 만든 나라다.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일군의 평범한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뿌리를 내릴 때는 기존의 신분은 별로 큰 의미가 없었다. 당시 미국에는 평민들만 있었다. 평민들끼리 모여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나라를 만든다는 자각 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영국, 프랑스는 시민혁명으로 평민이 자유를 쟁취하며 개인주의가 자리 잡았다. 미국은 시작부터 평민들로만 이뤄진, 개인주의가 뿌리인 나라이다. 미국의 독립혁명은 시민혁명이지만 다른 계급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본국인 영국으로부터 식민지 미국의 독립이었다. 미국은 이전에 귀족중심 사회였던 적도, 다른 나라로부터 개인주의를 학습하지도 않은 나라이다. 미국에서 개인주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