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간을 빼앗는 말, 빨리빨리

by 김은유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도 때우고 장도 볼 겸 마트에 갔다. 7살 아이 둘과 마트에 가려면 “빨리”를 백번은 외쳐야 한다. “장난 그만 치고 빨리 옷 입어”, “가는 길에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지 말고 지금 빨리 다녀와”, “빨리 신발신어”, “마트 가는데 신발을 그렇게 오래 고를 일이야? 빨리 골라”, “마트 가는데 장난감이 왜 필요해? 빨리 챙겨”, “이제 제발 신발신어.” 출발하기도 전에 지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시간을 때우려고 나가는데, 나는 왜 아이들에게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있지? 사실 천천히 할수록 좋은 것 아닌가?

어느새 ‘빨리’가 습관이 되어 버렸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속도가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힐까봐 두려웠고, 뒤쳐질까봐 불안했다. 방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들었고 겪었다. 빨리 달리고 있어도 더 빨리 달려야 했다. 그렇게 뭐든지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습관이 되어 버린 “빨리빨리”는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너의 시간을 빼앗는 말이다. 저녁 식사시간에 아이들에게 “빨리 밥 먹어”라는 말은 정말 시간이 없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식사 후에 치우고, 설거지하고, 씻기고, 재우고 난 뒤의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 나의 시간과 통제권을 늘리기 위해 남을 재촉하는 거다.


한편으로 "빨리빨리"는 만만하거나 편한 관계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직장상사나 윗사람에게는 빨리하라고 재촉을 거의 하지 않는다. 편한 가족, 친구, 후배에게는 빨리하라고 재촉을 많이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때로 필요한 말이긴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다.


말하고 나면 미안해지는 말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빨리빨리"라고 말하고 싶을 때면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지금 진짜 급하거나 바쁜 상황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나온 생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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