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대부분이라도

by 김은유

행복한 하루는 하루 중 몇 시간이 행복해야 할까. 행복한 삶은 인생 중 며칠이 행복해야 할까. 살아가는 동안 행복한 시간이 49%, 그렇지 않은 시간이 51%라면 행복하지 않은 건가.


행복도 불행도 아닌 그 가운데 어디쯤에 속한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이동하고, 일을 하는 시간들은 필요하고 소중한 시간이지만 행복한 순간은 아니다.


행복한 순간을 늘려보기로 한다. 점심 식사 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이게 행복이지!’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되뇌면서. ‘나는 이제 행복할거야’라고 다짐하며 행복은 ‘선택’이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떠올린다.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때마침 일을 재촉하는 상사의 말 한마디에 행복다짐은 와르르 무너진다. 행복한 순간은 하루의 절반을 넘기가 힘들고, 행복한 하루는 삶의 절반을 넘기 힘들다.


행복한 순간이 모여서 행복한 삶을 만든다면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행복한 순간은 즐거움, 기쁨, 만족, 감동, 보람, 편안함이 마음 "가득히" 차있을 때다. 이런 행복한 순간으로만 하루를 채우기는 어렵다.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라고 하지만, 소소한 행복감은 행복을 끼워 맞추는 느낌이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 낸, ‘이렇게라도 행복하자’는 주입식 행복처럼 느껴진다.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겁거나, 기쁘거나, 만족하거나, 감동하거나, 편안했던 시간들은 있다.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날의 퇴근길에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들으며 걷던 시간이 행복한 순간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 노래가 나에게 정말 위로가 되어줬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킥킥 웃거나 재미있었던 시간, 타인의 배려와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려고 한 시간, 실패를 했더라도 도전해 본 시간, 그만하면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여 주는 시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며 편안했던 시간들은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가득 행복의 순간들이 모여서가 아니라 행복까지는 아닌 보통의 시간들이 쌓여서 행복한 삶이 된다면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니 행복한 순간이 많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한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 행복이랄게 딱히 없어 보이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들이,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이 대부분이라도 우리는 행복을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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