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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깨우며

어떻게 하면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해줄 수 있을까?

by 까를로스 안


1. 아이를 깨우며

벌써 아침 8시다. 등교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아이를 흔들어 깨운다.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간지럼을 태워보지만 이럴 때는 간지럼도 타지 않는다.

조금 더 강하게 흔들면서 목소리를 높여 깨운다. 이제는 간지럼이 아니라 꼬집는 수준이다.

아이는 “피곤해, 학교 가기 싫어”. “집에서 쉬고 싶어”라고 말한다. 아주아주 솔직한 말이다.

그게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것만이 문제다. 아이는 아이다.


밤마다 일찍 자자고 아이를 설득해 보지만 매번 실패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학교 가기 싫은 아이를 깨운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학교 앞 신호등 횡단보도 앞까지 데려다준다.

학교 가기 싫어했던 아이는 어디 간지 알수없고, 친구를 만나 행복해하며 신호등 횡단보도를 달려가는 아이만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해 줄 수 있을까?


2. 일요일 명상 독서 모임을 앞두고

빠질까? 피곤하다. 책도 못 읽었다. 할 말도 없고, 생각 없는 사람 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된다.

아이고. 빠질 수 없다. 이번 주는 내가 호스트다. 급하게 명상 어플을 열어서 가장 일반적인 호흡명상 하나를 찾는다.

책은 낭독으로 해야겠다. 호스트인 걸 깜박하다니, 진짜 생각 없는 사람이 될뻔했다.


8시가 되었다. 줌에 모여든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을 기다린다. 호흡명상을 틀고 모두 각자의 세계에 빠진다.

명상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를 나누어 읽어간다.

죽음의 수용소의 잔인한 일상과 현재의 우리의 일상은 아주 크게 다르지만 공교롭게 닮은 구석도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며 책을 깊고 넓게 이야기한다. 2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어떻게 하면 독서모임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을까?


3. 아이와 나는 다르지 않다.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와 일요일 모임을 하기 싫어하는 나는 많이 닮아있다.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와 회사 가기 싫어하는 나는 더 많이 닮아있지만. 나는 휴직 중이다.

그래서 아이가 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기분 좋은 아침을, 기분 좋은 모임의 시작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떻게 하면 어떤 일을 지속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자,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4. 독서모임이 끝나는 시점에 답이 있다.

독서모임이 끝나는 시점의 나는 빠질까 고민했던 나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명상을 통해 내면 탐구를 하고 마음이 편안해진 나.

책을 다르게 깊게 읽어가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만난다. 독서모임하기를 잘했다고 느낀다.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시작하기 전부터, 독서모임이 끝나는 시점의 너그러워진 나를 상상할 수 있다면.

지금의 게으르고 소심한 내가 깊은 이해의 눈을 가진 미래의 나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


아이의 아침을 기쁘게 맞이할 비법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나의 독서모임을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는 비법은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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