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후의 단상

백일백장 여든

by 민희수

오늘 아침, 우연히 쇼츠에서 본 에단 호크의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다. “죽음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신적인 개념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개가 시계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너머에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그의 생각은 평소 내가 품고 있던 궁금증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복잡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동경은 늘 내 마음속을 맴돌았다.


시간이라는 것은 늘 직선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 흐름을 거슬러 상상해 보기도 한다. 누군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다면, 그는 시간을 건너뛴 걸까? 아니면 그가 누워 있는 동안에도 그의 역사가 이어지는 걸까?


문득 불교의 윤회 사상이 떠오른다. 직선이 아닌 원형으로 흐른다는 시간. '전생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정말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고리에 묶여 돌고 도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리코는 자신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까? 우리가 정해놓은 '나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리코에게 세월의 흐름은 어떤 감각으로 다가올까?

비 오는 날, 축축한 냄새와 빗소리를 즐기며 잠시 엉뚱한 상상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에단 호크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나 많은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게 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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