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의 쓰기

백일백장 100일째 날

by 민희수

백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오늘이 바로, 대망의 100일째다.

100일 동안 쓴다고 해서
그게 평생의 습관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100일을 목표로 삼는 이유는,
아마 그 안에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결국 하나의 습관으로 남길 수 있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기회로 만들지
그저 지나가는 추억으로 남길지는 각자의 몫이다.

꾸준히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꾸준히 잘한다는 것은 더 어렵고,
그 꾸준함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그저 이렇게 다짐했다.
“다만 할 뿐.”
거창하지 않은, 아주 작은 목표였다.
시작했으니 썼고 쓰다 보니 100일이 되었다.

소박한 다짐처럼 내 글도 소박했다.
거창한 주제도 특별한 문체도 없었다.
그저 하루를 기록하듯 내 마음을 한 줄씩 적어 내려갔다.

그래도 이건 내게 분명한 변화였다.
오래전,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합격했지만
주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100일 동안 이 공간을 매일 채워나갔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조금은 감격스럽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오늘 글을 못 올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조급했던 날도 있었고,
하와이 여행 중에는 시차를 맞추느라
한국의 날짜와 시간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올리기도 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옛 메모장을 뒤적이고 사진첩을 열고,
성당 미사 중에 들은 신부님의 한마디를 작은 키워드로 붙잡아 두기도 했다.

그렇게 결국, 100일을 채웠다.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


이제 누군가 “요즘 뭐 하세요?”라고 물어오면
“글을 쓰고 있어요.”라고 미소 지으며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는 나에게 ‘나와의 대화’였다.
그 대화는 오랜 시간 기다려온 조용하고도 따뜻한 만남이었다.
한때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내가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통해 나 자신에게 다정히 말을 건다.

쓰는 동안 나도 모르게 치유되고 정화된 기분이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제대로 물어보고 싶다.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 이야기가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아마 그 길의 끝에는 또 다른 내가 서 있겠지.

새로운 자리에도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백 번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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