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네에 들은 만한 강좌가 없나 자주 기웃거린다. 일할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시간이 많아지니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민센터나 도서관에서 하는 강좌들도 괜찮은 것들이 꽤 많다. 항상 신청기간을 놓쳤었는데 이번에는 날짜를 잘 기억해뒀다가 신청에 성공했다.
강좌 첫날 도착해보니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니친구이거나 전에 다른 강좌에서 이미 친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의자에 살짝 걸터앉아 수업 시작을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스마트폰의 편리함 중 하나가 시선처리 기능이지 않은가. 그래도 괜히 마음속에 소외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eat2_minisu
어제는 새로운 강사 모집 연수가 있어서 참여했다. 일찍 도착해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있는데 시간이 가까워오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찾으려고 우왕좌왕한다. 역시나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아는 체하느라고 어수선하다.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해서 섭섭하진 않았지만 조금 뻘쭘한 기분이 느껴졌다.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다. 그때 친구들과 5명이서 똘똘 뭉쳐 다녔다. 반 번호대로 숙소의 방이 지정되었고, 친한 애들끼리 같은 방이 되지 않으면 방을 바꾸기도 했다. 갑자기 친하지 않은 반 아이가 우리와 방을 함께 쓰고 싶다고 방전화로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조용해서 있는 듯 없는 듯 한 아이였다. 사실 그 이후의 기억은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함께 놀았는지 거절했는지 선명하지 않다. 그때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우리가 세상의 전부인양 함께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느라 바빴다.
그 친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왜 무리에 속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녔을까...
엄청나게 오래되어 소설처럼 각색되어버린 기억이 떠오른 건 나이 탓인가 보다.
그때는 쉽고 자연스러운 일들도 이제는 용기가 필요하다. 힘을 너무 줘도 힘을 너무 빼도 안된다. 평범하게 섞여있기를 바라지만 아무 걸림 없이 섞이기는 늘 어렵다.때로는 누구를 만나도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만남이 꺼려지기도 한다.상처 받기가 지레 두려워 눈을 내리깔아 버리거나 기껏 써놓은 장문의 위로글을 삭제하고 단톡 방에나 어울리는 인사치레로 끝낸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서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곁을 내주지 않으면서도 비어있는 자리는 쓸쓸해 보여 온갖 좋은 것으로 치장해보지만 오히려 더 처량하다.
기대치를 조금 낮추면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것이 있다. 말없이 조용히 있더라도 함께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내일은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지. 비판이 목적이 아닌 하루치 온기라도 전달하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