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일
생일이 지난 지 한 달도 넘었지만 이번 생일은 기억해두고 싶기에 짧은 글이라도 써본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검사와 수술과 방사선 치료까지 마치고 맞이한 생일.
물론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초기에 발견했고, 병원도 아주 가까웠고, 검사와 수술날짜까지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며,
남편은 나를 안심시켜 줬고, 언니들은 힘이 되어주었으며,
친구들의 위로도 받았고, 리코도 이모집에서 잘 기다려주었으니
암세포이라는 제거대상 외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생각한 대로 인생이 된다는 말을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면서도
그 의심조차 믿고 있었는지도...
기분에 좌지우지 흔들리며 살아오면서 빨리 바닥을 치기를 기다려온 나로서는
찐 바닥이 있다고 그것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딘가 숨어있던 죄책감. 그것을 해방시킬 도구가 필요했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비로소 올 것이 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안도감이 생겼다.
힘은 부족했지만 나의 신은 나를 살리는 분이므로 이겨낼 정도의 용기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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