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건너기

백일백장 열넷째 날

by 민희수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지름길인 실개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보려 했다. 그런데 첫 번째 징검다리는 물에 살짝 잠겨 있었다. 다음 징검다리는 다행히 바윗돌이 온전히 드러나 있어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물이 불어나 물살이 제법 거세게 느껴졌다.

그제야 며칠째 이어진 장대비와 그로 인한 피해 소식이 떠올랐다. 뉴스에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고 무기력한 존재인지. 평소엔 당연하게 지나치던 길 위의 징검다리도, 물살 한 번에 모습을 감추고 만다.


잠시 징검다리 앞에 멈춰 서서 물살을 바라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길이 오늘은 낯설고 불안한 풍경이 되어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삶도 어쩌면 이 징검다리 같을지 모른다. 어느 날은 앞이 뚜렷이 보이고, 또 어느 날은 발을 어디에 디뎌야 할지 모를 만큼 두렵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건너야 한다.

징검다리 위에서 머뭇거리면 오히려 중심을 잃기 쉽다. 한 발 한 발 리듬감 있게 건너다보면, 어느새 익숙하고 따뜻한 목적지의 빛이 나를 인도해주고 있다는 믿음 속에 걱정은 사라지고 편안한 발걸음에는 힘이 실린다.


minisu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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