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열셋째 날
전례 봉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8개월째다. 처음 제대에 올라가 독서를 맡게 되었을 때는, 내가 읽게 될 성경 구절을 며칠 전부터 수없이 반복해 읽었다. 녹음도 해보고, 목소리 톤도 높여보며 연습을 거듭했다. 다행히 그 덕분인지 첫날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잘 해낼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떨리긴 마찬가지다. 이제는 발성, 발음, 속도까지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도 생겼다. 물론 막상 성당에 도착하면 '실수만 하지 말자'며 그 욕심을 내려놓곤 한다.
올해 새로 부임하신 젊은 주임 신부님은 늘 친절하시고 열정이 넘친다. 독서를 마치고 미사가 끝나면, “오늘 아주 잘하셨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꼭 따뜻한 말을 건네신다. 그런 칭찬 한마디에 긴장이 스르르 풀리곤 한다.
오늘은 구역 미사가 있어서 참여했다. 미사 후에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내 차례가 와서 쑥스럽지만 몇 마디 인사를 전하고 자리에 앉았다. 간단한 다과 시간을 가진 후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신부님께서 자리를 정리하시려던 참에, 며칠 전 친한 언니가 일본 성당에서 사다 준 묵주팔찌를 축복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신부님은 흔쾌히 축복을 해주시고는 그냥 돌아서지 않으시고, 나를 향해 한마디 덧붙이셨다.
“목소리가 참 좋으세요. 다비치의 강민경 씨 목소리랑 비슷하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근데 내 목소리는 저음인데 강민경 목소리랑 어디가 비슷하다는 걸까, 그래도 기분은 무척 좋았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목소리와 말투가 매력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 얘기가 참 좋았던 기억까지도 남아 있다.
물론 내가 아나운서나 성우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내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