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열다섯째 날
작년에 이사 온 뒤로 부엌에 아일랜드식탁을 들여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도 마음에 쏙 드는 걸 찾지 못해 결국 미뤄두고 있었다. 오늘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아일랜드가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어떤 걸 살까 고민하던 중, 문득 서재에서 책상으로 사용 중이던 원목 식탁이 떠올랐다. 부엌으로 옮겨 아일랜드로 쓰면 어떨까?
우리 집은 타운하우스 구조라, 아래층에 있는 꽤 큰 테이블을 위층 부엌까지 옮기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남편은 한번 해보자며 의지를 불태웠다. 나는 유난히 팔힘이 약해서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남편이 혼자 낑낑대고 있는데 테이블을 자세히 살펴보니 다리가 분리되는 구조라는 걸 발견했다. 드라이버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나사를 풀었지만 오랫동안 박혀 있던 나사못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어찌어찌 다리 두 개만 분리하고 그대로 한 계단씩 옮기기 시작했다. 남편 다칠까, 벽지 찢어질까, 리코가 짖을까 이것저것 신경만 쓰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이, 무사히 위층까지 올라왔다.
그렇게 정해 두었던 곳에 테이블을 옮겨 놓았다.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은 집이라 싱크대는 거의 새것 같은데 그 앞에 자리 잡은 오래된 디자인의 테이블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도 했다. 하지만 일단은 마음에 쏙 드는 아일랜드를 찾을 때까지는 널찍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언젠가부터 집 안에 자꾸 물건이 쌓이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특히 가구는 비용도 많이 들뿐 아니라, 한 번 들이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쉽게 처분할 수도 없어 정말 신중하게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비어있던 자리를 채우고 싶던 마음이 일단은 해소되어서 당분간이라도 소비욕구를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나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며,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