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먹으려다 뒤집어질 뻔...

백일백장 스물

by 민희수

연희동에 있는 애견동반 브런치 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다. 주차공간이 있다고는 쓰여있는데 얼마나 넉넉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카페는 언덕길을 따라 꺾어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나는 먼저 내려 카페에 들어가 주차 여부를 물었다. 입구 쪽에 공간이 있긴 하지만 좁으면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편은 언덕길에서 차를 돌려 후진으로 주차하려 했고, 나는 내려서 리코를 안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한낮의 폭염에 리코까지 안고 있으니 땀이 바로 흘렀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방향을 맞춘 남편은 이제 후진만 하면 되겠다 싶었는지 천천히 차를 밀어 넣었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해서 반대편으로 뛰어가 차를 들여다본 순간, 운전석과 대각선 방향의 뒷바퀴가 완전히 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너무 놀랐다.

"여기 주차 못 해! 천천히 나와봐!" 당황한 마음에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그때 지나가던 한 청년이 우리 상황을 보고 다가왔다. 이 동네 길을 익숙하게 아는 듯한 그가 “반대로 다시 빼면 돼요”라고 차분히 말해주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누군가의 확신 있는 말이 괜히 든든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남편은 침착하게 차를 빼냈다. 차체 아래쪽이 턱에 살짝 닿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솔직히 나였으면 차를 그냥 두고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 좁은 공간에 들어갈 엄두도 안 났겠지..


결국 다시 언덕을 내려와 공영주차장으로 향했지만 자리는 없었고 대신 근처 골목에서 공짜 주차공간을 찾아냈다.

그래, 오히려 좋아!


한숨 돌린 남편이 말한다.

“깜짝 놀랐네. 차 안내표시창에 ‘차가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가 떴었어. 바퀴가 뜬 건 몰랐는데… 진짜 죽을 뻔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닌듯했다. 언제나 담담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남편도 속으로는 이렇게 놀랄 때가 있구나 싶어서 순간 낯설었다.


브런치카페의 음식들은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작은 공간이고 연희동 번화가와 많이 떨어져 있음에도 찾아오는 손님들로 테이블이 꽉 찼다.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계절별로 조금씩 바뀌는 컨셉에서 요리에 진심인듯한 정성이 느껴졌다. 언덕길과 주차에서 받은 놀란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마시고 싶어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작고 아담한 커피숍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그 옆 빵집에서 갓 구운 소금빵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안전하게 주차된 우리 차로 돌아왔다.

문제도 있었고 당황도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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