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스물하나
얼마 전 양치질을 하던 중이었다. 문득 세면대 구석에 끼어 있는 묵은 때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침마다 세수를 마치고 나면, “아, 저건 세수 전에 닦아야지”라고 다짐했지만, 항상 바쁘게 씻느라 까먹고 말았다. 오늘도 그냥 넘어가려다 더는 미룰 수 없겠다는 기분에 청소용 솔을 집어 들었다. 처음에 약간 고민이 되었다. 가장 더러운 부분을 먼저 닦아야 하나, 덜 더러운 쪽부터 가볍게 시작할까. 결국 덜 더러운 곳부터 닦고 나서 때가 좀 불었을 때 가장 더러운 부분에 힘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물을 뿌리고 나니 덜 더러웠던 부분은 눈에 띄게 말끔해졌지만 정작 오늘의 목표지점인 구석진 묵은 때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솔질을 몇 번 더 해봤지만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는 외출 준비도 해야 해서 ‘다음엔 진짜 세수 전에 닦아야지’ 하고 다시 다짐했다.
화장실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어쩌면 내 무의식의 영역과 참 많이 닮아있구나. 나만 들어가는 은밀한 장소이며, 나도 들여다보기 힘든 깊숙한 공간 그 안에 오래된 먼지와 때가 얼마나 쌓여있을까.
오늘 내가 묵은 때보다 덜 더러운 곳을 먼저 닦은 것처럼, 내 마음속 불안이나 두려움도 대충 넘기고 살아온 것 같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작은 감정들만 달래가면서 진짜 중요한 상처는 애써 외면한 채 살아온 건 아닐까.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면 감당하지 못할 무언가가 쏟아질 것 같은 두려움에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내 마음이든 화장실이든 잘 들여다봐야겠다는 이야기. 그리고 기왕이면 흠집 안 나도록 부드러운 청소도구로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낮잠이나 한숨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