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할 결심!

백일백장 열아홉째 날

by 민희수

오랜만에 제대로 수영을 하고 왔다. 가끔 여행지의 호텔 수영장에서 한두 번 물에 몸을 담근 적은 있지만, 이렇게 ‘운동’을 목적으로 수영을 한 건 거의 20년 만이다. 지난달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남편이 다니는 동네 수영장에 자유수영 시간대를 맞춰 함께 갔다. 가는 차 안에서 락커 사용법이나 샤워용품은 어디에 두는지 등 이것저것 물으니, 남편은 “그냥 가보면 알아”라며 시크하게 대답한다. 여성 탈의실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편 말대로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흐름을 익힐 수 있었다. 몸을 씻고 수영장 입구로 향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머리는 안 감고 들어가나?” 하는 말이 내 뒤통수에 박힌다. 순간 움찔. 나한테 한 말인가? 곧이어 안전요원을 겸한 강사님이 내 마른 머리를 보고 다가와 말했다. “머리까지 감고 오셔야 해요. 회원분들 중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멋쩍게 웃으며 덧붙이는 말에,

‘아, 진짜 나한테 한 말이었구나’ 하고 민망함이 몰려왔다.

다시 샤워장으로 들어가 샴푸로 머리를 박박 감고 있는데 괜히 주변이 조용하게 느껴진다. 작은 소동은 거기까지.

준비운동을 가볍게 한 뒤 물속에 들어가 자유형을 천천히 시작했다. 다행히 25m 정도는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다. 해수풀이라더니 물맛이 짰다. 락스 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이번엔 욕심을 내서 50m를 왕복해 봤다. 숨은 찼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직 죽지 않았군..."


작년엔 PT도 받고 필라테스, 러닝까지 3개월 넘게 운동을 했었는데 올해는 리코랑 산책하고 홈트로 하루 10분쯤 몸 푸는 정도가 전부였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운동했다’ 싶은 하루였다. 샤워를 하다 보니 팔을 너무 힘차게 저었는지 겨드랑이 아래팔이 욱신거린다. 그래도 이 정도 통증쯤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수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했지만, 수영복에 수영모, 물안경까지 온몸을 꽉 조이는 장비를 착용하는 게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져 매번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을 다 감수해 냈다.

생각해 보면, 작년처럼 땀 흘리며 러닝을 하고 싶었지만 무릎에 통증도 생기고, 운동삼아 만 보 넘게 걸어다니기도 하는데 원래 안 좋던 발목이 나이 들어 더 약해졌는지 그런 날은 새벽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도 있어서 최근에 운동을 너무 소홀히했다.

그래서일까. 물속에서는 관절에 부담이 거의 없으니, 내 몸이 스스로 수영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살겠다고, 나를 살리겠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수영은 단순히 운동 이상의 의미였던 것 같다. 억지로 끌려간 것도 아니고 누가 권한 것도 아닌데, 내 몸이 먼저 나서서 물을 찾은 것 같았다. 물속에 들어가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통증도, 불편함도,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도 잠시 멈춰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다만 할 뿐.”그저 발을 차고 손을 저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오로지 그것만을 하는 나만의 고요한 시간. 바로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비로소 나를 위한 시간을 제대로 보낸 기분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이 작은 결심과 시도가 내 몸과 마음 모두에게 꽤 괜찮은 선물이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니 이 기분을 잊지 말고, 다시 물속으로 풍덩.


minisu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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