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스물여섯
남편이 이 폭염 속에 지인들과의 골프 약속을 앞두고 파3 골프장에 연습을 하러 가겠다고 한다. 몇 시에 갈 거냐고 물으니 더우니까 6시에 오픈하자마자 가야겠단다.
"나도 가볼까?” 말은 꺼냈지만 그 시간에 과연 일어날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폭염이라 에어컨을 켜고 자다가 추울까봐 타이머를 맞춰놓았는데 에어컨이 꺼지는 알림음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5시 45분. 남편은 이미 일어나 거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거실로 올라가지 않고 침대에서 “나 일어났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얼른 세수를 하고, 리코에게 육포를 조금 잘라줬다. 그 시간에 나가면 분명 짖을 테니 육포는 필수다. 그렇게 서둘러 집을 나서 30분 거리의 파3 연습장에 도착하니 벌써 몇몇 부지런한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몇 달째 연습을 전혀 안 해서인지 스윙은 엉망이었다. 남편이 연습 좀 하라고 할 때마다 못 들은 척했는데, 막상 와보니 남편 눈치가 괜히 보인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쳐보지만 공은 어쩜 그렇게 똑같이 잘못된 방향으로만 날아가는지… 금세 공 하나는 길을 잃었다. 잔디는 길고 축축하고, 날벌레는 왜 자꾸 내 귀에만 윙윙거리는지. 30분쯤 지나자 햇볕은 더 뜨거워지고,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내 실력이다.
옆에서 코치해 주는 남편의 말도 그 순간엔 곱게 들리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할까. 남편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연습장에 다니니까 나보다 실수가 훨씬 적다. 역시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내일은 독서봉사가 있는 날이라 내가 읽을 성경 구절을 미리 큰 소리로 읽어보았다. 속으로 읽을 때보다 여러 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말씀이 훨씬 잘 이해된다. 오늘은 유독 한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탐욕은 우상숭배입니다.”
노력하지 않고 잘하려는 마음, 연습하지 않으면서 운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모두 탐욕이었다.
8월의 첫날이자 우리 가족의 새로운 생활의 첫날, 지금보다는 조금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가끔 불쑥 찾아오는 무기력하고 지루하고 외로운 감정. 그런 기분을 여전히 느낀다는 건, 연습 대신 놀러 갈 궁리나 하던 오래되고 낡은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이제는 그런 기분을 붙들고 있을 시간도, 이유도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걸 잊지 말아야지!!!
나이스 샷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