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온도차

백일백장 스물아홉

by 민희수

지난달부터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자유수영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고작 오늘로 세 번째지만 오랜만에 수영을 하니 몸도 가볍고 기분도 상쾌해서 꽤 괜찮은 루틴인 것 같다.

요즘은 더위 탓에 부엌은 사실상 폐업 상태다. 오늘도 수영장에 가는 김에 점심은 근처 가성비 좋은 밥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아침은 늘 사과 한 개, 오트밀 죽,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가볍게 먹으면 11시쯤엔 슬슬 배가 고파진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보통 11시에서 11시 반 사이에 점심을 먹는다. 밖에서 먹을 땐 식당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간다. 오늘 간 식당도 11시에 문을 열어서 일찍 먹을 수 있었다.


자유수영은 12시부터. 시간도 남았고 밥 먹고 곧장 수영장으로 가는 건 좀 무리니까 근처에 새로 생긴 다이소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3층짜리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어서 가보고 싶었다.

원래는 필요한 물건 두어 개만 사려고 했는데 어느새 양손 가득 들고 있다가 장바구니를 찾아들었다. “이거 진짜 필요했는데!”, “헉, 이게 천 원이야?” 같은 말들을 입에 달고 장바구니를 채우는 나. 다이소는 언제나 이런 마법 같은 곳이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돈을 얼마나 벌고 싶냐고 묻자, 어느 식당이든 메뉴의 가격 안 보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마음 편히 고를 수 있으면 만족하겠다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이소는 바로 그 ‘마음 편한 소비’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물론 가격이 크게 쓰여 있어서 안 볼 수는 없지만 가격 때문에 물건을 내려놓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다이소라고 해서 쓸데없는 걸 막 사는 것도 아니고, 백화점이라고 해서 꼭 필요한 것만 고르는 것도 아니다. 같은 소비인데도 백화점에서는 괜히 비쌀까 봐 긴장하게 되고, 다이소에서는 마음이 푹 놓인다. 다 필요한 물건만 산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소비를 하는 상황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선긋기를 하는 내 마음을 앞으로 잘 점검해 봐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안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시원하게 한 시간 수영을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다이소에서, 수영장에서,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본다. 소비에도 습관이 있고, 감정이 있고, 기준이 있다. 결국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어디에 마음을 쏟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다.

그렇게 오늘도 나를 조금 더 알아간다.


minisu20250804Daiso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적당히'는 너무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