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보다 '창발'

백일백장 서른하나

by 민희수

"창발(創發, Emergence)"은

부분들의 단순한 상호작용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성질이나 패턴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을 뛰어넘는다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나인>(이토 조이치, 제프 하우 저)이라는 책의 첫 장에 '권위보다는 창발'이라는 말이 나온다. 창발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여서 찾아보았다.

개미 한 마리의 행동은 별 거 없지만, 수천 마리가 군집을 이루면 길 찾기, 먹이운반, 집짓기 등의 복잡한 일들이 가능해진다는 것.

신경세포는 단순한 신호만 주고받지만, 수십억 개가 연결되면 의식이 생기고 그 안에서 생각과 감정이라는 고차원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는 복잡한 도시들도 개별 활동들이 모여 문화, 경제, 교통 시스템 같은 유기적인 흐름이 생긴 것이다.


좀 더 쉽고 가까운 예로는 '포트럭 파티'가 떠오른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집에 초대받으면 각자 나누고 싶은 음식들을 가져가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 물론, 외식이 더 편하긴 하지만.

파티를 준비할 때 호스트만 준비한다면 그 주인의 스타일대로만 표현될 테지만, 각자 음식이나 선물을 준비해서 가져오는 형태라면 각각의 취향과 문화가 섞여서 더 풍성하고 그럴싸한 재미있는 파티가 연출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인터넷상에서도 특정 게시글이나 댓글들이 모여서 예상 못한 문화나 밈(Meme)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내가 사는 하루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늘 먹은 음식과 한 일, 스친 생각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용히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친구와의 전화 한 통, 오늘 읽은 책 한 권,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맛본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 입. 이 모든 것이 모여, 어쩌면 내 삶의 중요한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삶을 만드는 데 꼭 거창한 계획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받은 신선한 자극에서 깨달은 것들, 하고자 마음먹은 일을 실천하는 작은 결단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

‘창발’이라는 단어를 통해 이 단순한 진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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