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회에 스며들다

백일백장 서른여섯

by 민희수

백일백장을 시작할 때 큰 결심은 없었다. 책 출간을 앞둔 친구의 권유에 '그래,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시작했다. 하다 보면 뭐가 되겠지, 일기 쓰듯 써두고 나중에 들여다보기만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다만 할 뿐". 작년부터 이어온 독서모임도 그렇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푸념만 늘어가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일단 시작했다. 혼자라면 절대 읽지 않을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끝까지 다 읽지 못하더라도 한 문장, 한 단어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책을 거의 못 읽어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툰 소통 능력도 조금씩 자라났다.

합평회도 ‘한다고 하니’ 신청했고, 나중에서야 A4 한 장으로 정리해야 하고, 카페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순간 리더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나는 그저 가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전날 시간이 나서 부랴부랴 글을 다듬어 올렸다. 낭독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준비를 많이 못 해서인지, 이상하게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아니면 함께한 작가님들이 편안한 동지처럼 느껴져서였을까. 혹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리더님의 활기차고 세심한 진행, 풍성한 간식, 그리고 유쾌한 대화에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말도 잘한다. 내 글을 준비하느라 다른 분들의 글은 거의 읽지 못했고 그나마 합평회에 올라온 글만 간신히 읽고 갔지만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낭독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들을 내게 전달해 주었다.

너무나 뜻깊고 좋은 시간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아쉬움이 스쳤다. 이 소중한 시간을 위해 좀 더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번엔, 그 설렘까지 놓치지 않고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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