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동의 조건

백일백장 서른일곱

by 민희수

조수석에 앉아있으면 자꾸 참견하게 된다. 남편이 예전과 다르게 주의력이 떨어진 건지,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하는 건지, 아님 흘낏 봐야 하는 순간에 곁눈질하는 것이 귀찮은 건지 - 예전에 아빠가 딱 한번 접촉사고를 내셨는데 후방카메라가 없는 차에서 뒤를 돌아보기가 귀찮으셨단다- 가끔 사각지대를 못 보는 경우가 두어 번 있었다. 그러니 옆에서 참견을 안 하기가 더 어렵다.

“조심해!”, “왜 이래?”, “어머나!”

옆자리에서 매너 없이 소리를 질러대니, 남편은 “그럴 거면 직접 해”라며 투덜거린다. 알았다고 찌그러져 있으려니 근질근질하다.


어제도 남편과 30분여 거리를 이동 중이었다. 마침 보내야 할 서류가 있어 검색하고, 카톡 보내고 하느라 창밖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할 일을 끝내고 고개를 들자 이미 큰 도로를 빠져나와 목적지 근처 건물들이 보인다. 마치 순간이동한 기분이었다.


“내가 옆에서 잔소리 안 하니까 조용하고 좋지?”

남편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완전 좋아”라고 한다.

나는 순간이동해서 좋고, 남편은 조용해서 좋으니 완벽한 윈윈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반짝이는 햇살의 창밖 풍경을 포기할 수는 없다.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수많은 이벤트들, 다시 ‘feat. 잔소리’로 복귀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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