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서른여덟
실내자전거를 타며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페달은 내 다리를, 영화는 내 기분을 동시에 단단하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최근 재미있게 보던 넷플릭스 시리즈를 다 봐서 뭘 볼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보는 아담 샌들러의 <해피 길모어 2>가 눈에 들어왔다.
“해피 길모어? 이거 옛날에 들어본 거 같은데..” 검색해 보니 1996년 영화다. 거의 30년 만에 속편이라니 놀라웠다.
빨리 운동을 시작해야 하기에 일단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영화는 고전 개그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유치하고, 말도 안 되고, 몸 개그까지… 그런데 웃긴다.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페달을 더 빨리 밟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이 골프 경기 중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자, ‘나만의 행복한 공간’을 상상한다.
젊었을 땐 늘씬한 여자와 맥주가 최고였지만, 58세가 된 주인공의 행복한 공간은 완전히 달라졌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바지 사이즈가 미디엄으로 줄어드는 순간이 이제 그의 판타지다.
'행복은 결국 건강검진 결과지에 있구나.'
그 장면을 페달 위에서 씁쓸하게 공감하면서,
15분으로 맞춰둔 타이머를 은근슬쩍 30분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