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서른다섯
오늘은 합평회 날이라 충무로로 간다. 일요일에 혼자 외출하려니 괜히 낯설기도 하고 어제 성당을 다녀온 탓인지 요일 감각도 흐릿하다. 토요일 같다가, 또 월요일 같기도 하고.
일찍 나가서 주일미사를 명동성당에서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을지로 3가에서 내려 땀을 흘려가며 잰걸음으로 겨우겨우 늦지 않게 도착했다. 신부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려 했지만 뒤에 앉아서인지 마이크가 작은 건지 잘 들리지 않았다.
결국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 찬다.
‘어제 과식했으니 오늘 점심은 거를까? 근데 낭독하다가 꼬르륵거리면 어쩌지? 간식은 어디서 뭘 사갈까?’
합평회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먹을거리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신부님 강론을 아예 듣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전 꿈에서 예수님을 뵈었던 이야기를 하신 것은 분명히 들었으니...
미사 후 지하로 내려갔다가 한산한 편의점을 발견했다.
‘오, 삼각김밥이나 먹어야겠다.’
그렇게 오랜만에 참치마요를 먹고는 근처 마트에서 간식거리도 챙겼다. 글도 늦게 올렸는데 합평회까지 늦을 순 없으니 서둘렀다.
다행히 일찍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테이블 위에 예쁘게 세팅된 간식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도 사 온 것을 슬쩍 내밀었다. 뒤이어 들어오는 작가님들이 가져온 떡, 빵, 찹쌀도넛, 호두과자 등 계속해서 먹을 것들이 쌓인다.
오늘도 먹을 복이 막 굴러들어 오는구나. 계획한 소식은 글렀지만 기분은 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