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알려준 철학

백일백장 마흔둘

by 민희수

이토록 뜨거운 햇살이 오래 내리쬐는 여름이 있었던가. 비타민 D를 따로 챙길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그런 날이면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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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위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은 어린 시절 미술학원에서 그리던 하늘이고, 언젠가 서점에서 본 그림책 속의 하늘이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UP’에서 색색의 풍선들이 떠올라 가던 그 하늘이기도 하다.

날씨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를 걸어 다닌다. 팔다리가 까맣게 그을려도 상관없다. 햇살이 머리끝에서 심장을 지나 발끝까지 흘러드는 듯한 기운이 오히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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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30대 중반, 난생처음 혼자 떠난 교토 여행이 떠오른다.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걷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시간. 그건 아마도 6월 초 햇살이 건네준 선물이었을 것이다. 철학의 길에서 마주친 활기찬 발걸음으로 앞서가던 백발의 늘씬한 중년 여인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역에서 길을 헤매던 내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던 할머니처럼 친절하고 싶었고, 혼자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걱정하며 문자를 보내던 친구처럼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수많은 다짐들은 어디쯤 모여 있을까. 나는 지금 그 모습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삶 아닐까 하는 개똥철학을 내세우고 싶은 한 여름의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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