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종노릇

백일백장 마흔셋

by 민희수

아침부터 분주했다. 교육을 받으러 가는 남편을 지하철역에 데려다주고, 나 역시 예약해 둔 병원에 가야 해서 서둘러 리코의 아침을 챙기고 산책까지 마쳤다. 병원이 친정집 근처라 아빠와 언니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날이기도 하다.

아침에 나설 때만 해도 하늘이 흐려 크게 덥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한낮이 되니 역시 너무 뜨겁다. 에어컨을 끄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털복숭이 리코가 얼마나 더울까. 그래도 아래층 방에 있으면 덜 더울테니 잘 피신해 자고 있길 바랄 뿐이었다.


불편한 마음도 잠시, 병원 일을 마치고 점심밥을 얻어먹고 커피까지 한 잔 나누며 여유를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내비게이션이 더위를 먹은 건지 엉뚱한 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20분이나 더 걸렸다.

겨우 도착하니 집 안은 찜통이다. 얼른 에어컨을 ‘파워 냉방’으로 켜고 잠시 숨을 돌리고는 리코와 공놀이를 했다. 한참 뛰놀던 리코가 시원해진 방석 위에 누워 애교를 부린다. 조심스레 뒷다리를 만져본다. 강아지들은 슬개골이 약하다고 해서 늘 잘 살펴보려 한다. 말을 못 하니 혹시 불편한 곳은 없는지 신경 써서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허벅지부터 무릎, 발바닥까지 정성껏 주물러주면 리코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마치 “엄마, 공놀이하느라 여기 뻐근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너무 시원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얼굴을 들여다보며 무릎을 꿇고 마사지를 하다 보면 완전히 ‘몸종’이 된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종노릇이라면 언제까지라도 해주고 싶다.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노래가 절로 나오는 걸 보면 누가 더 행복할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minisu20250806R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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