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이 건넨 삶의 철학

백일백장 쉰여덟

by 민희수

요즘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을 보았다. 제목은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극장판 예매율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실내자전거를 타며 OTT에서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점이다. 타이머를 30분 맞춰두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다음 화가 궁금해 멈추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더 달리기도 했다.

원래는 시리즈를 모두 보고 극장판을 보려 했지만 곧 9일간 여행을 떠나야 하니 그 사이 극장에서 내려버릴까 싶어 조조로 관람했다. 월요일 아침이라 관객은 우리 부부 포함 다섯 명 남짓이었는데, 몰입감은 극장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 갱년기의 업다운을 잠재울 만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래픽은 “이게 정말 애니메이션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음악도 예술이었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잔혹한 ‘진격의 거인’보다는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준이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각 인물의 히스토리를 세심하게 다룬 덕분에 영화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제목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지만, 회상 장면과 교차되며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상이 이렇게 무한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매트릭스, 인셉션,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내가 좋아하던 영화들의 세계관과 닮은 부분도 많았다.

거기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들 속에는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겨있다. 인간은 강해져서 약한 자들을 도와야 한다든지, 노력하고 계속 생각해야 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주인공.


상대와의 이야기와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며 끝내 싸움의 돌파구를 찾는다. 몸과 마음을 단련해 조금씩 강해지는 과정의 성장기 또한 감동적이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 장면이 오래 남았다.

“핵심적인 것에만 집중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말을 떠올리고 집중하자 그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꿰뚫어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마치 명상의 상태나 알파파가 높아진 순간처럼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지만, 그 힘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다. 인간은 신이 아니므로.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조 디스펜자의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읽지는 않았지만 한 때 꽤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는 물질적 한계를 뛰어넘어 양자장 속의 가능성들에 접속할 수 있고 그것들을 언제든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시크릿'과 같은 종류의 책으로 원하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가만히 앉아서 확언이나 시각화만을 해서는 안된다. 이 애니메이션이 마음에 든 이유는 가장 중요한 '절실한 목표를 지니고 도전하는 것' 그리고 도전을 완성하기 위한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절실함으로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이렇게 감동을 받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무한성편은 아직 결말에 이르지 않았고 앞으로도 몇 편이 더 이어질 예정이라 한다. 단행본은 완결되었지만, 결말을 미리 알고 싶지는 않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일단 남은 시리즈를 보면서 내 다리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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