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쉰아홉
드디어 여행 떠나는 날 아침이다.
저녁 비행기라 여유는 있지만, 마음은 괜히 분주하다.
비행기 표는 석 달 전에 사뒀다. 그때 잠시 설렜다가 시간이 너무 남아 있어 여행을 잊고 지냈다. 당연히 2 터미널인 줄 알았는데, 면세점 문자를 보고서야 1 터미널임을 알았다.
‘계획 없이 편하게 즐기자’ 했지만 준비물을 챙기다 보니 끝이 없다.
택시 예약, 이심 구입, 환전 조금, 그리고 캐리어 두 개 가득 수영복·래시가드·비치타월·옷가지들. 어제는 실내자전거 대신 집 안 계단을 수십 번 오르내리며 땀을 흘렸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리코의 짐.
8박 9일 동안 이모 집에 맡겨야 하는데, 요즘 밥투정을 해서 마음이 쓰인다. 원래는 늘 작은 언니네 맡기는데 조카가 고3이라 큰 언니도 절반 돌봐주기로 했다.
차로 5분 거리밖에 안 되긴 하지만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힘들진 않을까 벌써 걱정이다.
며칠 전부터 “리코야, 이모들이랑 잘 지내야 돼” 하고 장난으로 말했는데 그때부터 신기하게 밥투정이 시작되었다. '나도 다 안다고요'하는 표정이다.
내가 짐을 챙기며 바쁘게 움직이자 리코도 괜히 분주하다. 리코 가방에 최애 인형을 넣자 금세 달려와 기어이 꺼내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하와이의 축제 분위기도 기다려지지만, 보들보들한 리코 배를 며칠 못 쓰다듬는다 생각하니 벌써 허전하다.
“리코야, 이모들 말 잘 듣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우리 복덩이, 예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