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예순둘
에어컨 바람 때문인지, 여행 피로가 쌓여서인지 지난밤부터 목이 칼칼하다. 비상약으로 챙겨 온 테라플루 한 봉지 타 마시고서야 잠들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맛보긴 했지만 정작 ‘든든한 한 끼’는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전에 아침 일찍 문 여는 한식당을 검색했다. 바로 숙소 옆에 있는 식당이 7시에 오픈한다니 아침 일찍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계획대로 세수도 생략하고 양치만 한 뒤 서둘러 나섰다. 몇 걸음 만에 도착한 식당에서 불고기비빔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여느 한식당처럼 반찬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사장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딸기와 블루베리를 내주신다. “첫 손님”이라며 계란프라이까지 챙겨주셔서 기분이 좋아졌다.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니 남아있던 몸살 기운이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 잠시 후 남자 사장님이 와서 부족한 건 없는지 물으시고 종업원까지 와서 입맛에 맞냐고 묻는다.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계산을 하는데 여사장님이 온화한 얼굴로 “하와이 너무 좋죠? 여기 와서 사세요”라며 웃는다. 남편이 옆에서 “트럼프 때문에 겁나서 못 옵니다” 하고 받아치자 모두 함께 웃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길게 비치에서 여유를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숙소 안에 있는 파라솔까지 준비물을 단단히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아직 30분도 못 누렸는데 더위도 힘겹고 허리도 아프다. ‘진득하게 쉬는 것’도 체질에 맞아야 하나 보다.
점심 먹고 와서 낮잠이나 한숨 자야겠다. 내일은 신청해 놓은 거북이 투어하는 날이니 오늘은 체력관리를 잘해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