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예순셋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거북이 스노클링 날이다.
하지만 몸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어제 물놀이 후 제대로 안 말린 채 버스를 타는 바람에 회복되던 컨디션이 다시 무너졌고, 밤에는 뒤척이다 새벽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 7시 30분 픽업이라 피곤할 틈도 없었다. 타이레놀 하나 삼키고 '어찌 되든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숙소 문을 나섰다. 따스한 하와이 햇살이 반겨주니 조금은 힘이 났다.
픽업차를 타고 가서 배에 몸을 싣자 또다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상태로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하지만 결국 장비를 착용하고 그대로 태평양으로 풍덩! 들어가 버렸다.
스노클링은 20여 년 전 잠깐 해본 게 전부였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머리를 물속에 넣자마자 니모 같은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잠시 후, 오늘의 주인공인 거북이까지 등장! 그 순간 몸이 오히려 가볍고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바닷속이 더 편안했다. 남편은 오히려 긴장한 얼굴이어서 결국 남편의 고프로는 내 담당이 되었다.
유튜브에서 빠니보틀이 물만 보면 풍덩 뛰어드는 걸 즐겨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나도 뭍보다 물속이 더 맞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성공적으로 거북이와의 스노클링을 마치고 나니 기분은 최고였지만 몸은 다시 골골 모드.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낮잠 한숨 자야겠다.
오늘은 분명히 기억해 둬야겠다.
태평양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나와 그 힐링의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