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마주한 익숙한 호흡_하와이5

백일백장 예순넷

by 민희수

우리나라는 오늘 월요일이지만, 여기는 아직 일요일이다. 그래서 와이키키에 있는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다. 엊그제 검색해 보니 와이키키 해변 근처에 St. Augustine by the Sea라는 성당이 있다. 주일미사는 오전 6시, 8시, 10시, 오후 5시에 있는데, 한국과 비슷한 시간대다. 원래는 오전 8시 미사에 가려 했지만 늦잠을 자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어제 몸살 기운 때문에 힘들어 여기서 파는 나이퀼이라는 감기약을 먹고 깊이 잠들었기 때문이다. 수면제 성분이 있는 건지 기절하듯 잠들어서 거의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반입이 금지된 약물이라니 남용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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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걸어서 갈 수도 있었지만 남은 여행 동안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갔다. 남편이 버스 원데이 티켓을 사 와서 미사 후에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 성당은 와이키키의 번화한 곳에 자리해 있어 신기했다. 내부는 환하고 깔끔했으며 하와이 특유의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미사는 전 세계 어디서나 형식은 같지만 영어라 거의 알아듣지 못했고 약 기운 때문인지 계속 졸음이 왔다. 그럼에도 옆자리에 앉은 백인 신자가 무릎 받침대인 장궤틀을 내려주고 올려주는 모습이 참 친절하게 다가왔다.

그 분과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보니 얼굴에서 광이 난다. 성공한 사람의 전형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자기 계발 유튜브에서 자주 보이는 억만장자같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 와중에 그런 생각까지 한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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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미사를 빠진다고 큰 잘못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주일미사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하다. 몽롱한 상태였지만 마음은 고요했고 기도할 수 있음이 기쁨이었다. 미사가 끝난 뒤 성당 마당에서는 도넛과 주스를 나눠주었는데 한국 성당에서 백설기 떡을 나누는 모습과 닮아 있어 정겹게 느껴졌다.


낯선 땅의 성당에서 드린 미사는 내게 신앙이 장소에 묶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기도와 감사는 내 삶의 호흡처럼 당연히 이어지는 것이고, 그 호흡이 바로 나를 다시 살게 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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