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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Apr 07. 2021

생각을 바꾸면 책을 쓸 수 있다.

올해 2월 이야기다.


길거리에 겨울 간식이 보인다. 군밤, 군고구마, 호떡, 어묵 모두 좋지만 그중에서도 붕어빵을 가장 자주 즐긴다. 집 근처 조그마한 떡 가게에서 붕어빵을 함께 판다. 붕어빵은 겨울에만 판다. 입김이 나오는 날씨가 되면 붕어빵 틀에서도 김이 올라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삼삼오오 붕어빵 가게 앞에 모인다.


이 가게는 특이하게도 팥 맛, 슈크림 맛 두 가지 붕어빵을 판다. 아내와 나는 팥 맛을 좋아하고 딸은 슈크림 맛을 좋아한다. 팥 맛 반, 슈크림 맛 반을 종이봉투에 담고 퇴근한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종이봉투를 들고 있으면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이윽고 집에 도착하면 나와 붕어빵처럼 닮은 여섯 살 딸이 우렁찬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온다. 재빨리 봉투를 뺏고 슈크림 맛 붕어빵을 골라 한입 문다. 나도 팥 맛 붕어빵을 잡고 꼬리를 한입 문다. 붕어빵은 오늘도 맛있다.

                                          

가게에서 붕어빵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다 예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다. 고승덕 전 변호사가 쓴 <고승덕의 ABCD성공법>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사법, 행정, 외무 3대 고시에 합격한 원조 공부의 신이다. 그의 정치 여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책의 내용은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책에서 읽은 내용과 책 쓰기에 대한 생각을 덧붙여본다.




붕어빵 틀에서는 붕어빵만 나온다. 붕어빵 틀에서 국화빵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제조 방법을 바꾼 들 틀을 바꾸지 않으면 국화빵을 만들 수 없다. 국화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붕어 모양의 틀을 국화 모양으로 바꿔야 한다.


생각과 마음가짐도 이와 같다.


생각은 경험, 교육, 자라온 환경, 주변 사람에 의해 서서히 틀을 잡는다. 이런 생각이 뿌리 깊이 내려앉으면 고정관념이 된다. 좋은 말로 하면 주관이 뚜렷해지고, 나쁜 말로 하면 고집이 생긴다. 생각을 바꾸려면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 생각의 틀을 바꾸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250페이지 분량을 채울 수 있을까?

보잘것없지 않을까?

누가 내 책을 읽어줄까?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 ‘난 어차피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책 쓰기는 요원한 일이 된다. 부정적인 생각은 책을 쓸 수 없는 이유를 자꾸 만든다.


일에 치여서

육아에 전념해야 해서

글을 못 써서

소재가 없어서


모든 생각이 책 쓰기를 방해한다. 거꾸로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책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으면 책을 쓸 수 있다. 생각을 바꾸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들지 않는다. 밑져야 본전이다. 책을 쓸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나도 책을 쓰기 전에 작가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서점에서 저자 소개 글을 읽으며 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특별한 인간처럼 느껴졌고, 그들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책을 쓰고 작가라는 부캐를 얻으니 작가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남보다 글을 자주 읽고, 자주 쓰는 사람일 뿐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수많은 작가를 보면서 재능보다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책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책 쓰기 책은 서점과 도서관에 널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수의 글쓰기 방법을 배우며 책을 쓸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순간부터 두려움은 익숙함으로 변한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책 쓰기도 이와 같다.


책 쓰기의 시작은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틀을 ‘책을 쓸 수 있다.’고 바꾸는 것부터다.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생각의 틀을 망치로 깨부수자. 나는 독자가 아니라 작가라는 생각의 전환은 책 쓰기의 시작이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내 생각, 결심, 의지, 집념이 전부다. 내 책을 서점 매대 위에서 발견하는 것을 생각하며 글을 쓰자.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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