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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Apr 08. 2021

첫 문장을 써야 책을 쓸 수 있다.

책 쓰기의 두려움을 극복하자.

가끔 아내와 딸이 먼저 안방에 들어가 자고, 나는 나중에 자러 때가 있다.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딸의 냄새가 난다. 내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 안방에서는 포근한 엄마와 딸의 향이 난다.


깜깜한 방 안에서 조심스레 누울 자리를 찾고 베개를 벤다. 한 30초쯤 지났을까? 코가 모녀 냄새에 적응한다. 이제 킁킁거려도 냄새가 안 난다. 처음부터 아무 냄새도 없었던 것 마냥.


인간의 적응력은 실로 놀랍다. 처음에는 짜다고 느꼈던 국물 맛도 몇 숟갈 먹으면 밍밍하게 느껴진다. 국밥을 먹는 도중에 새우젓을 재차 넣게 된다. 저녁 준비를 할 때 간을 자꾸 보다가 요리의 맛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처음.

시작.


처음과 시작은 설렘과 부담을 동반한다. 일단 시작하면 곧 익숙해지는데, 시작이 힘들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시작이 어렵다. 첫 꼭지를 쓰는 게 나머지 꼭지를 쓰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첫 꼭지를 쓰면 다음 꼭지는 한결 쉬워지고 그다음 꼭지는 더 수월해진다.


책을 쓰다 보면 책 쓰기가 점점 친숙해진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어떨 때는 시작이 8할 이상, 조금 과장해서 전부가 아닌가 싶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기 때문이다.


13년 전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뒤, 언젠가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서점에서 저서를 만지고 싶었다.


책을 써볼까?

어떻게 해야 할까?

누가 읽어줄까?

정말 할 수 있을까?

에이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지 못했다, 간혹 욕망이 솟구쳐도 그냥 흘려버리며 하루 이틀이 흘렀고 8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고 아무 글이나 썼다. 이렇게 쓰기 시작한 책은 몇 달 뒤 저자 증정본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첫 책. 감사하게도 개정판이 나왔다.


책을 쓰려면 먼저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근심을 떨치고 용기를 내야 한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그만 하고 바로 시작해야 한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내가 이룰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어렵다. 여러 번 시도하고 반복해야 몸이 적응한다. 반복이 습관이 되면 같은 행동을 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일이 익숙해지고 마치 처음부터 원래 그랬다는 듯 당연한 일상이 된다. 마침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사우나에 입장하자마자 열탕에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온탕에 잠시 머물다가 열탕에 들어가는 건 쉽다. 몸이 물의 온도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책 쓰기도 똑같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인내를 갖고 글을 써야 몸이 책 쓰기에 적응한다. 글을 쓰다 보면 어떻게 글을 전개할지, 어떻게 분량을 채워야 할지 본능적으로 익히게 된다. 유명 작가들도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문장을 썼다. 처음부터 명문을 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첫 문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책을 쓰느라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닐까’하는 마음이 책 쓰기를 망설이게 한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설령 글을 다 쓰지 못하면 어떤가?

원고를 출판사에서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쓰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글을 써나가며 느낀 과 경험은 오롯이 내 자산이 된다.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한 글로 표현하는 건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최고의 공부다.


책을 읽을 때도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저자가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살핀다. 독서의 질이 올라가고 양도 는다. 치열하게 책을 읽고, 이를 내 글로 바꾸며 생생한 지식으로 만든다.


책을 쓰는 데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돈을 들이지 않고 이만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출간 여부를 떠나서 나는 반드시 발전한다.




혹시 지금 책 쓰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괜찮다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멈칫했고, 고민했고, 두려워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넘어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느냐 아니냐가 차이를 만든다.


걱정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해도 괜찮다.


당신은 할 수 있다.

시작하는 순간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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