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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Jul 17. 2021

일단 쓰세요

글쓰기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제 옆자리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는 운전을 잘합니다. 차선을 바꾸는 솜씨는 물론, 비좁은 곳에서도 핸들 몇 번 돌려서 금방 평행 주차합니다. 부러운 마음에 물었습니다.


"○○대리님은 어떻게 이렇게 운전을 잘하시나요?"


직장 동료가 수줍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날마다 운전해서 그래요. 처음에 엄청 긁었어요."


"아, 그렇군요"


운전과 글쓰기는 닮았습니다.

운전 실력은 핸들을 잡은 시간과 비례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키보드에 열 손가락을 올려놓은 시간과 비례해서 필력이 나아집니다.


스케이트를 타고 점프하기 위해서는 먼저 빙판 위를 활보해야 합니다. 빙판 위에 서있지도 못하는데 점프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뛰려고 하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맙니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쓰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잘 쓰려는 욕심은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만듭니다. 욕심을 버려야 글이 써집니다.




1. 아무 말 대잔치여도 되나요? 


'내 글의 논리가 허술하지 않을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지 않을까?'

'볼품없는 글인데 발행해도 될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글이나 써도 괜찮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까닭은 잘 쓰고 싶은 부담 때문입니다. 엉성한 글을 써도 됩니다. 내 글은 나만의 고유한 우주입니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글조차도 호불호가 갈리는걸요.


사람마다 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내가 좋아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고, 내가 싫어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모든 글은 완벽할 수 없으며 완벽할 필요도 없습니다.


2. 퇴고하기가 힘들어요.


퇴고는 중요합니다. 고쳐 쓰기는 글쓰기의 마지막 덧칠입니다. 하지만 초고 없이 퇴고는 없습니다.

초고는 퇴고의 부모입니다. 퇴고가 중요하다는 것은 초고를 쓴 걸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초고 쓰기입니다.


퇴고의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귀찮으면 퇴고하지 않고 글을 발행해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퇴고하며 머리를 쥐어뜯지 마세요.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퇴고를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퇴고하세요. 쓰기가 먼저지 고쳐 쓰기가 먼저는 아닙니다.


3. 그래도 그럴듯한 글을 쓰고 싶은 걸 어떡하죠?


유익하고 공감 가는 글을 쓰고 싶은 건 모든 글쓴이의 바람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저도 어제보다 잘 쓰고 싶습니다. 완벽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일단 아무거나 써야 합니다. 쓰고, 다시 쓰고, 또 쓰는 걸 반복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유일한 방법입니다.


좌중에 한 번의 웃음 폭탄을 선사하려면 열 번의 썰렁한 분위기를 견뎌야 합니다. 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유머를 날리지 않으면 웃길 수 없습니다. 남을 웃기려면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입을 열어야 합니다.


4. 누가 제 글을 흉보면 어떡하죠?


저는 스키 초보입니다. 스키 장비를 차면 눈 위에서 걷는 것조차 힘듭니다. 초급자 코스에서도 거북이처럼 느린 데다가 넘어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제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비웃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잘 탈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이끌어주는 사람만 있습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저와 같았습니다.


당신의 글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신문사 칼럼이나 학술지에 올리는 글도 아닙니다.


내 생각과 내 마음을 쓰는데 이상할 리 없습니다. 누구나 느끼는 보통의 감정이니까요.

당신의 감정은 아무도 평가 절하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고 싶나요?

아무 말이나 써보세요.


지금 무엇이 떠오르나요?

그것에 관한 글을 써보세요. 어색하다고요? 괜찮습니다. 딱 10분만 키보드를 눌러보세요. 



겁내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생각나는 것을 천천히 쓰세요.


시간은 흐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시작은 반이자 전부입니다.


글 쓰는 당신의 시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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