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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Jul 18. 2021

'것 같은' 빼고 쓰기

뭇 남성을 긴장시키는 여자 친구의 한 마디.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당황한 남자는 순간적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한 뒤 머뭇거리며 말해요. 


"잘 모르겠어. 없는 것 같은데.."



한 스포츠 선수의 인터뷰. 


"오늘 시합에서 승리했는데,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이 잘 돼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골을 넣어서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말을 할 때 '것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님한테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요." 


저도 수시로 쓰는 표현입니다. 어제도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몰라요.




'것 같다'는 표현이 입에 맴도는 까닭이 뭘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정확히 알지 못해서예요.


친구 모임에서 오늘 "○○도 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해볼게요. ○○가 올 확률은 높은데, 확실히 오는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럼 "어, 아마 올 것 같은데."라고 대답할 거예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올 거라 예상하는 거죠. 모르기 때문에 '것 같다'라고 말해요.



둘째, 내 감정을 에둘러 표현하는 게 겸손해 보여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배웠어요. 그래서 내 감정마저 1인칭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표현해요. 


좋아도 좋지 않은 척, 싫어도 싫지 않은 척 연기해야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들어요. 승진을 해도 무표정, 상사에게 꾸중을 들어도 무표정을 유지하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첫 번째 이유로 '것 같다'를 쓰는 것은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두 번째 이유로 사용하는 건 피해야 해요. 특히 글 쓸 때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글에는 사실과 감정이 담겨요. '것 같은' 사실은 없고, '것 같은' 감정은 없어요. 했으면 했다, 좋으면 좋다고 쓰세요. '것 같은' 문장은 힘이 없어요. 글쓴이가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글을 썼다는 인상을 줘요.


말은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것이니 내 감정을 그때그때 정확히 모를 수 있어요. 

글은 아니에요. 생각할 시간은 충분해요. 저도 퇴고할 때 '것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는지 점검해요. 애매모호한 문장을 줄이면 줄일수록 글이 뚜렷해져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진짜 모르겠는데 어쩌죠?


물론 어떨 때는 정말 내 마음을 모를 때가 있어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한 단어로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렵죠. 그럴 때는 '것 같다'라고 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것 같은' 표현이 손끝에 머문다면 눈을 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좋은 '것 같은' 감정이 어느새 좋'다'로 바뀔 거예요.


'것 같다'는 표현보다는 '다, 이다'로 문장을 마치길 권해요. 내 감정을 나타낼 때는 '것 같다'를 제거하세요. 내 마음을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줄까요.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내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해서예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은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돼요. 좋건 나쁘건 명확히 표현해야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요. '것 같다'라고 하면 '것 같은' 감정만 전해져요. 글쓴이가 자신이 없으니 읽는 이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 글 서두의 스포츠 선수 인터뷰를 고쳐볼까요. 


"오늘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이 잘 돼서 이길 수 있었어요.(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골을 넣어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저는 '것 같다'를 빼는 게 좋아요. 자신감도 느껴지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뿌연 마음을 손수건으로 슬며시 닦아내세요.

글이 선명해질 거예요.

더불어 진짜 내 감정과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내 마음과 접속한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낮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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