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
오늘도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있나요? 어떤 글을 쓸까 궁리하는 건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반해요.
글쓰기는 재미있지만,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머리에 쥐가 나요.
이번에는 고쳐 쓰기, 즉 퇴고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을 나눠볼게요.
글을 쓰고 발행하기 전에 얼마나 고쳐 쓰나요? 한두 번? 서너 번? 퇴고는 많이 할수록 좋아요. 퇴고할 때마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문제를 발견하거든요. 하지만 끝없이 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요령을 익혀 퇴고에 드는 시간을 아껴볼게요.
그런데, 퇴고가 뭐냐고요?
퇴고(推敲)는 “글을 고치고 다듬는” 행위예요.
퇴고할 때는 먼저 마음을 잔잔한 호수처럼 만들어야 해요. 내 글의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지적하고 고쳐야 하는데, 들뜬 마음으로는 글의 허점이 보이지 않거든요.
저는 글의 초안은 최대한 빨리 쓰는 데 집중해요. 마구잡이로 휘갈겨요. 아마 제 글을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진짜로 아무 말이나 막 쓰거든요. 수많은 부사가 총출동하고 같은 단어, 동사가 반복되는 난잡함의 종합 선물세트예요.
하지만 초고를 다 쓰고 퇴고할 때는 리듬을 바꿔요. 1분 동안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요. 마음이 가라앉으면 그때부터 다시 글을 찬찬히 읽어요.
내 글의 불순물이 보여요.
글의 초안에는 군살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요. 불필요한 문장, 부사, 오탈자, 비문 등이 군살이에요. 퇴고는 군살을 하나씩 덜어내는 과정이에요.
퇴고는 다이어트와 닮았어요. 우리는 건강과 자신감을 찾기 위해, 타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요. 퇴고도 나와 상대가 동시에 만족하게 되는 일이에요. 글도 군살을 빼면 건강해져요. 글이 건강하다는 건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하는 것을 뜻해요.
퇴고에도 순서가 있어요. 세 가지 우선순위를 소개할게요. 퇴고가 익숙해지면 한 번 퇴고할 때 동시에 여러 가지를 손보게 될 거예요.
글의 중복은 제거해야 해요. 중복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문장의 중복과 어휘의 중복이에요.
문장의 중복은 과감하게 덜어내세요. 술에 취해서 했던 말을 반복하는 동료와는 다시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부모님의 잔소리도 경계 대상이고요. 여섯 살인 제 딸도 했던 말을 또 하면 화를 내요. 혹시 잊어먹었을까 강조하고 주의를 주기 위해서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역이에요.
글도 똑같아요. 의도하지 않은 반복은 중복이에요. 비슷한 문장은 핀셋으로 콕 집어서 들어내세요. 글이 짧아져서 좋고, 읽는 이도 같은 말을 듣지 않아서 좋아요.
어휘의 중복은 다른 어휘로 바꿔서 해결할 수 있어요.
우리는 각자 말 습관을 지니고 있어요. 머릿속에 없는 표현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해요. 글의 초안에는 말할 수 있는 만큼만 쓸 수 있어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동사를 반복하게 돼요.
한 편의 글에 비슷한 어휘가 반복된다면 다른 어휘로 바꿔보세요. 국어사전에 단어를 입력하면 그 단어의 동의어와 예문이 나와요. 비슷한 느낌의 단어로 교체하면 글이 풍성해져요. 어휘력이 올라가서 평소 말을 할 때도 도움이 되고, 다음에 퇴고할 때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어요.
다음은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다. 문장의 군더더기란 무엇이며 군더더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복을 제거했다면 이제 불필요한 문장을 없애보세요. 유시민 선생은 접속사, 관형사, 부사를 빼라고 조언해요. 반복되는 주어, 없어도 되는 접속사와 부사를 과감히 지워보세요.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하는 글이 좋은 글이에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점검하세요.
브런치는 맞춤법 검사 기능을 제공해요. 글을 발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글의 오류를 점검하세요.
비문은 맞춤법 검사기로는 걸러지지 않아요. 비문(非文)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뜻해요.
주어와 동사가 제대로 호응하지 않으면 비문이에요.
이를테면 “나는 너를 기다리며 일하는 친구가 밥을 먹었다.”는 비문이에요. 누가 밥을 먹었는지 불분명하고 해석이 어려워요. 한번 고쳐볼까요.
“나는 너를 기다렸다. 함께 일하는 친구는 밥을 먹었다."
이것도 조금 이상하네요.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나는 너를 기다렸다. 함께 일하는 친구는 배가 고픈지 먼저 밥을 먹었다.”
라고 쓰는 게 낫네요.
문장 속에 꾸며주는 말이 많고, 문장이 길어지면 비문이 될 확률이 높아요.
불필요한 형용사 부사를 빼고, 문장을 쪼개면 비문을 줄일 수 있어요.
글쓰기 능력은 곧 고치기 능력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다. 잘 고쳐 쓴 글만 있다. 글쓰기는 고치기 승부다. 만약 지금 만족스러운 글을 못 쓰고 있다면 아직 덜 고친 것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잘못된 글을 알아보는 눈은 독서와 글쓰기로 길러져요.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어색한 점이 눈에 들어와요.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틈틈이 글을 써보세요.
어느 지점에서 타협해야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다. ≪쓰기의 말들≫
퇴고는 중요하지만 퇴고하는 데 부담을 갖지 마세요. 완벽한 글을 쓰려는 욕심은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거든요.
‘일단 쓰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뭐라도 써야 퇴고를 할 수 있으니까요.
‘고쳐 쓰기’보다 ‘일단 쓰기’가 항상 우선이에요. 퇴고가 힘들면 생략해도 괜찮아요.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고쳐 쓰기에 관심이 갈 테니까요. 그때부터 퇴고를 시작하세요.
더욱 나은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낮과 밤 보내세요. ^^